자동차 운전자들이라면 한두 번쯤은 교통사고 피의자 입장에서 곤경을 치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사고를 낸 것만으로도 두려운 판인데 피해 상대방이 고의성을 띠고 병원에 드러눕거나 상대 약점을 잡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기라도 하면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엄청난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여기에 특정 차량을 표적으로 악의적인 범행을 일삼는 교통사고 보험사기단에 얽히기라도 한다면 그 고통이 얼마나 큰지 당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운전자 보험에 중복으로 가입한 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는 방법으로 수억 원의 보험금을 챙긴 일당 48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잡혔다. 더욱 가증스러울 일은 범행을 저지른 이들이 택시회사 노동조합장 등 조합 간부 3명을 포함해 택시기사와 대리운전 기사 등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지난 2016년 8월부터 최근까지 가해자와 피해자로 역할을 나눠 30차례 고의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3억9천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차량 2대에 나눠 타고 전주 시내 한적한 도로로 이동해 앞선 차를 고의로 들이받은 뒤 일반적인 사고로 위장해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범행에 앞서 1인당 운전자 보험에 2∼3개씩 가입했고, 해당 보험 약정에 사고 차량에 탔던 동승자들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유흥업소 앞에서 대기하다가 음주자가 운전대를 잡으면 곧장 뒤따라가 고의로 사고를 내는가 하면 신호위반 차량을 범행 대상으로 골라 교통사고를 내기도 했다. 회사택시를 이용해 불법유턴이나 신호위반, 꼬리 물기 차량들을 발견하면 고의로 부딪혀 보험금을 타내는 수법도 동원했다. 함께 동승해 보험금이나 합의금액을 올리기 위한 조력자도 지인이나 가족 등을 동원해 점점 조직적으로 사고를 저질렀다.
보험사기가 사회문제로 떠오른 것은 오래전 일이다. 특정한 유형에 관계없이 보험사기가 전체적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 보험사기자의 연령층이나 직업은 이미 10대에서 60대, 무직자에서 월급쟁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졌다. 특정 연령층이나 특정 사기유형의 지속적인 증감 패턴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일상화됐다.
보험사기는 범죄자의 죄의식이 결여돼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기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아 보험금을 눈먼 돈으로 착각해 대수롭지 않게 범죄에 빠져든다는 것이다. 여기에 부당하게 지급된 보험금은 선량한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죄질이 극히 나쁘다.
보험사기는 갈수록 지능화, 조직화되고 있다. 때론 반인륜적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이처럼 법과 제도가 날로 진화하는 범죄수법을 따라가지 못하니 보험 사기가 급증하고, 모방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보험사기를 막기 위해서는 미국처럼 보험 계약의 정보 교환과 보험회사 간 공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보험사는 사기 예방 및 색출을 위해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자체 조직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사정 당국은 서민·중산층에 끼치는 피해의 심각성을 인식해 보험 사기를 ‘사회 4대악’에 버금가는 중범죄로 다스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