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자치단체마다 지역화폐 발행이 인기다. 지역화폐는 나라에서 발행하는 법정화폐와 달리 지역상권 활성화 및 공동체 강화를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고 해당 지자체의 행정구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이다.
지역사회 구성원 간 합의를 바탕으로 전통시장과 가맹점, 골목상권에서 사용함으로써 소상공인을 돕고 자금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지자체들이 지역화폐 발행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전국의 지역화폐 발행 지자체는 지난해 66곳이었으나 올해 150여 곳으로 늘어 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지역화폐 시장 규모도 약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금의 기세를 보면 읍·면 단위 화폐까지 나올 지경이다.
전북지역도 각 자치단체마다 지역화폐 발행에 앞 다퉈 나서고 있다. 김만기 전북도의원(고창2)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올 하반기 진안과 무주 등 7개 시·군이 지역화폐 발행에 나설 예정이다. 진안군과 고창군은 7월, 부안군과 순창군은 9월, 정읍시와 무주군은 10월, 익산시는 연말쯤 지역화폐를 발행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전주를 제외한 도내 13개 시·군이 지역화폐를 갖게 된다. 발행액은 대략 10억~100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화폐는 최소 5%, 최대 10%가량 할인된 값에 시장에 풀릴 예정이다.
김제시는 사회복지사 복지수당이나 출산장려금 등을 지역화폐로 지급해왔다. 올해로 벌써 19년째 활용하고 있다. 완주군과 임실군 등의 경우 전입 장려금도 지역화폐로 지급하고 있다. 조선과 자동차 등 대형 제조업체의 잇단 폐업으로 극심한 경기불황을 겪고 있는 군산시는 지난해 무려 950억 원어치의 지역화폐를 완판 시키는 성과를 얻었다. 소비 촉진과 경기 부양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얻었다.
지역 경제를 살리자면 돈이 오랫동안 지역에서 돌아야 한다. 그러나 제도권 금융에 몰린 지역의 돈은 경쟁력이라는 이름으로 수도권 기업에 재투자되고, 대기업 직영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쓴 돈도 본사로 빠져나간다. ‘부(富)의 유출’이다. 지역화폐는 이 같은 부의 역외유출을 막을 수 있는 방안 가운데 하나로 고안된 것이다. 해당지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화폐를 만들어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 넣고 돈도 묶어 놓겠다는 것이다.
상품권 형태의 지역화폐는 법정화폐의 한계를 극복하고, 순환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선진국의 경우 지역화폐가 사회적 활동을 독려하고 지역 주민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형태로까지 진화했다. 그러나 지역화폐도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엄연한 화폐인 만큼 무분별한 발행은 자제해야 한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좋은 취지는 퇴색되고 자칫 이름만 화폐일 뿐 되레 정상 경제활동 행위를 방해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 중앙 정부는 물론 지자체는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발행에 앞서 폐해도 두루 살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화폐를 다루는 만큼 문제가 생기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