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혁신도시 이전 기관들이 잇따른 외부 압박에 바람 잘 날이 없다. 공공기관 유치를 둘러싸고 지나친 이해득실에 집착한 각 자치단체들과 정치권, 기득권 세력들의 무리한 요구가 도를 넘으면서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취지는 빛 좋은 개살구로 퇴색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전주 이전 이후 정치권과 보수언론 등으로부터 제기된 서울사무소 설치 논란과 전북 제3금융중심지 조성에 대한 특정지역의 반대, 농수산대학 분교 설치 논란, 행정안전부 소속 지방자치인재개발원에 위탁해 진행하는 ‘지방 5급 승진자 교육’에 대한 경기도의 자체 운영 움직임에 이르기까지 전북 혁신도시로 이전한 전북 공공기관들의 수난이 이어지고 있다.
전북 혁신도시에 위치한 한국농수산대학(한농대) 분교 설치 문제가 전북을 또 자극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최교일 국회의원(영주문경예천)이 지난 12일 발의한 ‘한국농수산대학설치법 개정안’을 두고 전북 정치권이 반발하고 나섰다. 전북도 역시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발끈하고 있다. 이 법안은 전주에 있는 한농대 영남캠퍼스 분교 설치를 추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 일각에서 한농대 영남권 분교 설치 추진을 위해 틈만 나면 이 문제를 들고 나왔다. 지난 1월 농식품부가 추진한 ‘한농대 기능 및 역할 확대방안 연구용역’에도 분교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한농대는 국립 3년제 대학으로 농어촌발전과 유능한 정예 농업 경영인을 양성하기 위해 1997년 설립돼 2015년 전주로 이전해 왔다. 이전한지 이제 5년째로 아직 시설공사도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쪼개질 위기에 놓여 있다. 전북도는 최근 기자설명회를 열고 “농생명산업과 혁신도시의 경쟁력을 키워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한농대 분교 설치는 전북혁신도시의 근본을 뿌리째 흔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3월엔 경기도가 ‘5급 승진후보자 자체 교육’을 추진하면서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이런 움직임이 다른 지자체로까지 번질 경우 지역 경제에 타격이 우려되자 전북도는 강하게 반발했다. 전북도와 완주군 등은 “관련 교육을 맡아온 지방자치인재개발원의 위상을 뒤흔들고 국가균형발전에 반하는 처사”라고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도의 요청에 대해 행정안전부가 ‘승인 보류’ 공문을 보내면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불허’나 ‘불가’가 아닌 ‘보류’여서 향후 문제가 재발될 불씨가 여전하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서울사무소 설치 문제로 전북은 가뜩이나 홍역을 많이 치렀다. 전북 제3금융중심지 조성도 오리무중이다.
전북은 지난 이명박 정권 당시 전북혁신도시에 이전하기로 약속했던 LH공사를 진주혁신도시로 빼앗기는 아픈 기억이 있다. 원칙이 흔들리면 모든 것이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고, 하나를 내어 주면 상대는 다음엔 둘, 셋을 요구하게 돼 있다. 전북혁신도시가 ‘동네북’ 신세가 돼서는 안 된다. 혁신도시시즌2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북혁신도시의 근간을 흔드는 정책이나 행위들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