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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녹물 사태 인천만의 일이겠는가

수돗물을 바로 마시는 우리나라 국민은 2013년 기준 5.4%에 불과하다고 한다. 미국(56%)이나 일본(33%)의 수돗물 음용 비율에 견줘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국민들의 수돗물 불신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만하다. 인천에서 수돗물이 붉게 나오는 이른바 ‘적수’ 사태가 발생한 지 3주 가까이 되도록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사태가 진정되기는 커녕 갈수록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 사태로 피해 민원도 2만3000건을 넘었다. 수돗물을 도저히 쓸 수 없는 탓에 카페와 식당이 연이어 문을 닫았다. 지난 14일 기준으로 인천 서구·영종·강화 지역 1만여 가구와 150개 학교가 적수 피해를 봤다. 88개 학교는 생수를 이용해 급식을 시행했다. 40개 학교는 빵과 우유 등 대체 급식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14곳은 급수차나 지하수를 활용해 급식을 했으며, 7곳은 급식을 외부에 위탁했다. 주민들도 수돗물을 마시는 건 꿈도 못 꾸고, 설거지를 하거나 먹거리를 씻을 때도 생수를 사용한다. 샤워할 때도 생수를 쓰는 가정이 늘었다.


참지 못한 주민들은 인천시의 사과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수돗물이 시민들에게 직접 미치는 막대한 영향에 비해 인천시의 초기 대처가 너무 안이했던 탓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인천시는 사태 초기 수돗물에서 이물질이 나오는데도 ‘수질 기준을 충족하니 사용하라’고 했다가 불신을 자초했다. 


우리나라 수돗물의 안전성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 불신 대상은 수돗물이 아니라 ‘수돗물 행정’이라 할 수 있다. 가장 큰 걱정은 수돗물 오염 현실이 비단 인천만의 일이겠는가 하는 점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국 상수도관의 약 32.4%가 설치된 지 20년이 넘었다고 한다. 수도관로의 부식으로 녹물이 생기고 침전물이 쌓이면서 이번과 같은 오염 사고가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북지역도 상수도관의 32.1%가 20년 이상 된 노후 된 것으로 조사됐다. 누수로 인한 경제적 손실만도 한 해 67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북도의회 나인권 의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도내에서 20년 이상 된 상수도관은 총 관로 1만 7997㎞ 중 5674㎞에 달한다. 도내 급수량은 2억 6200만 톤으로 이 중 20.8%에 해당하는 5450만 톤이 상수도관 노후 등으로 누수가 진행되고 있다. 상수도관 노후는 수돗물 안정성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깨끗한 수돗물은 문명인이 살아가는데 필수 중의 필수요소다. 더러운 물이 몸 안으로 들어가면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수돗물을 믿지 못하니 그대로 마시기를 꺼려하는 게 당연하다. 생수사업이 날로 번창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깨끗한 수돗물을 생산해야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지속적인 송수관 관리도 중요하다. 수도관 관리는 뒷전이면서 수돗물의 신뢰성을 말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국민 건강이 걸려있는 만큼 수돗물 관리를 지자체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노후 수도관 점검·교체 등 전국 지자체 수돗물의 품질 개선을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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