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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인 ‘자사고 죽이기’ 오해 불러서는 안 된다

전주 상산고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탈락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상산고가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평가에서 기준 점수 미달로 지난 20일 재지정 취소 결정을 받았다. 상산고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 결과 전북교육청이 내세운 기준 점수 80점에 0.39점 미달한 79.61점을 받았다. 상산고의 운명을 가른 건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과 ‘학생 1인당 교육비의 적정성’으로 알려졌다. 이들 2개 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점수가 미달됐다는 분석이다.


교육부 장관이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에 동의할 경우 상산고는 2003년 자사고 지정 후 16년 만에 일반고로 전환된다. 상산고와 동창회, 학부모들은 자사고 재지정 취소 결정이 나오자 망연자실에 빠졌다. 이들은 어떤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강력히 표시하고 나서 향후 엄청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안산동산고 역시 이날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자사고 지정 취소 판정을 받았다. 상산고, 안산동산고에 이어 올해 재지정 평가를 받는 나머지 22곳 자사고의 평가 결과도 다음 달까지 발표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자사고 지정 취소 도미노’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현재 전국의 자사고는 총 42곳. 이 중 올해 재평가 대상은 24개교다. 자사고들은 재지정 평가에서 각 시도교육청이 제시한 기준점을 넘어야만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평가 기준과 점수를 두고 각 시·도 교육청과 자사고들은 평가 전부터 마찰을 빚어왔다. 각 시도교육청이 올해 자사고 재지정 기준점을 이전보다 10점 올린 70점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전북교육청은 여기에 10점을 더해 80점을 자체 기준으로 정했다. 상산고는 이날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즉각 발표했다. 상산고는 “자사고 평가 기준 점수를 다른 지역보다 10점 높은 80점으로 정하고, 배점 항목 중 법적 근거도 없는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정 비율(10%·4점)을 적용하는 등 악의적이며 불공정한 평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사고 재지정 취소 결정에 대한 무효 소송’과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자사고 존폐 논란은 교육계 진보와 보수 간 오랫동안 지속돼온 싸움이다. 진보진영이 교육 불평등과 고교서열화를 이유로 자사고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보수 쪽은 수월성 교육과 학교 선택권을 내세워 맞서 왔다. 이런 민감한 상황에서 진보적 성향을 가진 시도교육감들이 정부의 ‘자사고 폐지 공약’을 지지하며 올해 평가 기준을 강화하면서 무더기 탈락을 우려한 자사고 측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전북교육청의 이번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취소 결정에 대해 아직은 옳다 그르다 섣불리 판단하기는 힘들지만 평가 방식에 있어 다른 시·도 교육청과의 형평성 문제는 분명 논란의 소지가 크다. 이해당사자들이나 일반인들이 납득하기 힘든 방식을 적용한 평가라면 자사고들의 말마따나 '고의적인 자사고 죽이기'에 다름이 아니라는 오해를 받을 소지가 크다. 


자사고 재지정을 둘러싼 혼란이 가중될수록 가장 큰 피해자는 당연히 학생과 학부모들이다. 학생들의 미래와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좀 더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신중한 결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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