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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창고 골목서점 살려야 한다

서점은 늘 위기였으며 한국인은 언제나 책을 읽지 않았다. 1990년대로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서점은 위기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동네 서점은 더욱 그렇다. 대형 서점 때문에 위기였고, 온라인 서점의 등장으로 인해 위기였으며, 도서 할인제 때문에 위기였다. 도서 정가제가 시행되어 한숨 돌리나 싶었더니 대형 중고 서점 체인으로 인해 또 숨이 막혔다.


디지털 시대와 함께 동네 상권에서 가장 먼저 사라진 업종이 레코드 가게와 책방이었으니 9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에서나 등장해야 할 공간이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책방골목의 위기론은 간단없이 이어져 왔다. 동네 서점에 이어 동네 헌책방의 위기도 차례로 들이닥쳤다. 과거 성업했던 전주 동문 헌책방거리는 지난 1990~2000년대까지 18곳이 운영되는 등 활기를 띄었다. 그러나 지금 이곳에는 2곳만이 겨우 명맥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 말이 좋아 헌책방거리지 문화도시의 부끄러운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전주시가 소멸위기에 놓인 동문 헌책방거리 활성화에 나선다고 하니 그나마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시는 동문 헌 책방 거리를 되살리고 문화 예술 거리로 만들기 위해 동문골목길 디자인 학교, 전주문화재단 동문동행기획단, 지역서점 등과 함께 관련 TF팀을 구성하고, 특색 있는 디자인 조성과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등 거리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헌책방 거리의 정체성을 되살리기 위해 현재 운영 중인 2곳과 기존 동문 커뮤니티 단체, 지역주민, 예술가, 지역서점을 연계한 네트워크를 구성할 것도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동문 헌책방 거리 활성화를 위해 도서관, 전주문화재단 등과 함께 책 문패 제작, 헌책방 탐색콘서트, 헌책방 벼룩시장, 헌책방 홍보 캠페인인 ‘별 다방’ 등 다양한 공동 협력사업도 펼쳐 나가기로 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동네 서점들은 우리나라 지식의 뿌리였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책과 문화를 접했고, 사상을 키웠으며 사회문제에 대해 간접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대형 서점 체인과 인터넷 서점 등에 밀려 동네 중소 서점들은 설 자리를 잃어버린 지 이미 오래 됐다. 인문학의 확산을 가능케 하는 책은 죽음에 직면해 있다. 책의 생산과 유통, 소비를 잇는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지식산업이 미래의 경쟁력이다. 국민들의 지력(知力)은 땅에 떨어지고 파편적인 정보만 쫓아다녀서야 창의력으로 승부하는 21세기에 뒤처진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마다 달콤한 복지만 내세울 뿐 지식강국을 위한 청사진은 아예 없다. 문화 없는 복지국가는 역동성을 상실한 죽은 모습일 것이다. 책이 죽어가는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오기로 버티고 출혈까지 감내하며 살아남아야 한다면 이미 산업이 아니다. 책 사보지 않는 개인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허울 좋은 지식산업 운운할 때가 아니다. 동네서점은 지역문화의 거점이자 지식산업의 실핏줄이다. 동네 서점이 살아야 문화도 생기를 띤다. 우리 동네 아름다운 헌책방에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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