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사불급설(駟不及舌)’…정헌율 익산시장의 혐오 발언

정헌율 익산시장이 다문화가족 자녀들에게 ‘잡종강세’라는 인종차별성 혐오 발언을 해 뭇매를 맞고 있다. 온라인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서도 ‘익산시장’이 등장하며 누리꾼들의 공분을 샀다. 정 시장은 곧바로 사과했지만 이들은 정 시장이 소속한 민주평화당을 항의 방문하고 사퇴를 촉구하는 등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정 시장은 지난달 11일 원광대에서 열린 ‘다문화 가족을 위한 행복 나눔 운동회’에서 축사를 통해 “생물학적, 과학적으로 얘기한다면 잡종 강세라는 말도 있지 않으냐. 똑똑하고 예쁜 애들을 사회에서 잘못 지도하면 파리 폭동처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베트남·몽골 등 9개국 다문화 가족 600여명이 참석했다. 발언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자 정 시장은 해명을 내놨다. 그는 “튀기들이 얼굴도 예쁘고 똑똑하지만 튀기라는 말을 쓸 수 없어 (잡종이라고) 한 말”이라며 “다문화 가족들을 띄워 주기 위해 한 것”이라고 했다.


정 시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시민단체에서 즉각 사퇴하라고 나섰다.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등 6개 단체 회원 100여명은 지난 25일 익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시장은 다문화 가족의 자녀를 잠재적 위험 요소로 보고 관리 대상으로 표현했다”며 “문제는 이런 발언이 인종주의적 편견에 입각한 심각한 차별과 혐오 발언이라는 것을 인식 못 한다는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정 시장은 이날 머리를 숙이며 해명했으나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도 지난 19일 부산상공회의소 조찬간담회에서 “외국인은 똑같이 임금 수준을 유지해줘야 한다는 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외국인 차별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다문화 흐름의 대세 속에 외국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이제 거의 사라진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외국인 노동자나 다문화가족을 선심과 시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그릇된 우월성이 가져온 결과로 볼 수 있다. 다문화가족들이 겪는 어려움은 편견이 있는 환경 때문이다.


요즘 정치인의 험악한 ‘막말’이 가뜩이나 정치 혐오에 빠진 국민들의 심기를 매우 어지럽히고 막말의 대상이 되는 당사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입히는 경우가 너무 많다. ‘세치의 혓바닥으로 다섯 자의 몸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는 우리의 옛말이 있다. 말은 그만큼 어렵고 무거운 것이다. ‘사불급설(駟不及舌)’이란 말도 있다. 논어 ‘안연’ 편에 나오는 이 말은 ‘네 마리 말이 끄는 마차라도 빠른 혀를 당하지 못한다’는 뜻으로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말 속엔 품격이 있고 권위가 있고 향기가 있다. 말에 따라 그 사람의 인품과 됨됨이가 다르게 평가되며, 그 파장 또한 달라진다. 쓰기에 따라 약도 되고 독도 될 수 있는 말, 속되게 함부로 뱉는 막말은 독화살과 같다. 시위를 떠난 화살은 되돌릴 수도 없다는 것을 특히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더욱 새겨야 한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