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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마다 태양광시설 장마철 산사태 걱정된다

최근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퇴임 후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적이 있다. 김 전 장관은 “(태양광·풍력 등) 공사 현장에 가면 위기감이 든다”면서 “산 정상을 쳐 없애고 거의 고속도로를 만들고 있어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구조로 가고 있다”고 했다. “태양광도 산지를 훼손하면서 가면 어렵다”고도 했다. 정부가 친환경을 내세워 태양광·풍력 발전을 밀어붙이면서 역설적으로 산림이 훼손되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산이며, 들이며, 호수며, 삼천리강산은 어느새 태양광 발전소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태양광발전은 신재생에너지 공급 확대를 위한 정부의 권장 사업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올린다는 ‘재생에너지 2030’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농경지는 물론 학교 운동장, 나무로 우거진 산, 식수 공급원인 댐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태양광 발전시설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2008년 46건에 불과하던 태양광발전시설 허가 건수는 지난해 6월 2천799건까지 늘었다. 이에 따른 산림 훼손도 심각해 작년 한 해만도 축구장 3천300개 규모인 2천443만㎡의 숲이 태양광발전시설로 사라졌다.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실현하려면 여의도 면적의 150배에 이르는 추가 태양광 단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지금까지 태양광 전체 개발 면적의 60% 가량이 임야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더 큰 규모의 산림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나무로 울창했던 산허리를 파내고 시설한 태양광 발전소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빈발한 우리나라에서는 산사태와 토사유출 등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무척이나 크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대규모 태양광 시설이 산림을 훼손하고 난개발을 부추기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태양광 패널이 우리 임야를 뒤덮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섞인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산림과 농경지, 저수지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우후죽순 무차별적으로 들어서는 태양광발전시설은 급기야 난개발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오죽하면 김 전 환경부 장관조차 “산 정상을 쳐 없애고 거의 고속도로를 만들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을까. 더욱이 태양광으로 생산된 전기를 한전이 전량 매입해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많은 이들이 이 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투자를 부추기는 개발업자들이 득세하면서 농촌지역까지 태양광발전시설 설치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정부의 ‘탈 원전’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태양광 발전이 친환경 에너지원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수십 년 간 가꿔 온 산림을 훼손하면서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얼마나 큰 이익이 되는지도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 나무를 심기 전에 잘 가꿔 놓은 산림을 잘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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