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인구의 절벽현상은 이제 하등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젊은이들이 자꾸 도회지로 떠나면서 농촌에서는 이미 갓난아이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된지 오래다. 우리나라 지방의 40% 정도가 붕괴되고 있다고 진단한 보고서가 실감난다. 저출산·고령화에다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바로 주범이다. 인구 감소로 소규모 지자체의 소멸 위기론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관련 대책 하나로 ‘특례군(郡)’ 도입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소멸위기에 처한 인구 3만 명 미만이거나 ㎢당 인구 밀도가 40명 미만인 전국 24개 군 단위 지방자치단체가 살아남기 위해 뭉치기로 의기투합 했다. 이들 지자체는 지난 5월 실무자 회의에 이어 충북 단양군청에서 실무협의회를 갖고 ‘특례군 법제화추진협의회’를 구성하자는데 뜻을 모았다. 도내에선 임실.순창.무주.진안.장수군 등 동부권 5개 지역이 포함됐다. 이들 자치단체는 특례군 지정을 촉구하는 범국민 캠페인을 펼치기 위해 빠르면 8월, 늦어도 9월중 캠페인을 주도할 연대기구를 출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대 국민 서명운동과 함께 여야를 상대로 내년 4.15총선 공약화 등에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한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의 ‘한국의 지방소멸 2018’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 지역은 89개에 달하고 있다. 지난 4월말 전북연구원이 발표한 ‘전라북도 농촌 과소화 정책지도 제작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도내 전체 자연마을 6,888곳 중 17%인 1,161곳은 이미 공동체 기능 상실위기에 몰린 과소화 마을(정주인구 20명 미만)로 전락했다. 이 가운데 654곳은 인구 감소세가 한층 더 빠르게 진행돼 ‘과소화 경계(353곳)’와 ‘과소화 심각(301곳)’ 단계로 분류됐다.
지방의 소멸 위험은 그 어떠한 자구책도 통하지 않을 만큼 심각하다. 지방의 소멸을 초래하는 요인들은 인구감소, 도농 간 불평등 심화 등 구조적 문제들로 집약돼 있다. 국가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아니면 해소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기초지자체들은 ‘귀농·귀촌 장려’, ‘출산 장려’, ‘관광지 개발’, ‘농공단지 개발’ 등과 같은 정책들로 대책을 세워 왔다. 그러나 지역적 특성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운 천편일률적인 정책으로 인구감소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웠다. 물론 출생 축하금이나 육아지원금이 지역마다 달리 책정·지급되고는 있지만 과연 이런 성격의 지원금이 출생률 상승에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 의문이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 문제는 청년 일자리 창출과 맞물려 있다.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저성장이 고착화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저출산은 국가의 명운이 달린 절체절명의 과제다. 저출산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없이는 인구절벽을 피해가기 어렵다. 특히 인구구조상 도시와 농어촌의 양극화 문제는 수도권 집중화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이 필수적이다. 지방분권,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더 이상 좌고우면할 상황이 아니다. ‘지방 황폐화’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할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