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출처 불명의 문자 메시지나 낯선 전화번호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기가 겁나는 세상이다. 바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때문이다. 행여 교묘한 보이스피싱에 엮여들까 두려워 이상한 문자 메시지는 아예 확인조차 하지 않고 삭제해 버리고, 핸드폰에 저장되지 않은 전화번호가 뜰 때는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다보니 정작 중요한 문자나 통화를 놓치는 우를 범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낳은 폐악이다. 다른 범죄와는 달리 전 국민을 상대로 국경까지 초월한 범죄라는 점에서 가히 희대의 사기극이라 할 만하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금융감독원 전북지원과 전북지방경찰청, 전북도청이 손을 맞잡았다. 범죄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하면서 피해자와 피해 액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데 따른 예방활동 강화 차원이다. 지난해 전북지역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은 126억원, 피해 건수는 2천187건으로 전년 대비 각각 81.4%, 46.7% 급증했다. 보이스피싱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수치상으로만 보아도 익히 짐작할 수 있다.
이들 기관은 우선 도청 및 14개 시·군청에서 운영하는 주요 전광판에 금감원이 제작한 영상 홍보물을 송출하고 인터넷 홈페이지나 SNS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한 안내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도민들을 직접 만나 보이스피싱 사기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가두 캠페인을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 실시하기로 했다.
보이스피싱의 범죄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범죄단체가 점차 조직화, 국제화되고 있어 어느 한 기관의 대응만으로는 금융사기를 근절하기 어렵다는 면에서 이들의 협약은 바람직하다. 특히 지역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지방자치단체가 금융사기 예방활동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금융감독원은 올 1분기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액만 1천50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대로라면 올 한 해 전체 피해액이 6천억원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보이스피싱 범죄를 수사하는 경찰조차 그 수법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국내 보이스피싱 범죄는 지난 2006년 처음 등장해 지난해까지 누적 피해액이 1조5천억원에 달했다. 2016년 1천924억원이던 피해액은 2017년 2천431억원, 2018년 4천440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4만7천743명이던 피해자도 올해는 5만 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아무리 보이스피싱 범죄 예방을 당부하고 범인 검거에 나서더라도 범죄 조직은 이를 비웃듯 진화하고 있다.
보이스피싱은 사회 안전망을 파괴하는 악성범죄다. 피해자 상당수는 헤어날 수 없는 고통에 빠져들고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보이스피싱과의 전쟁 선포를 더 미뤄서는 안 되는 이유다. 여러 가지 예방책이 나와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최선의 방책은 스스로 주의하는 것임을 알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