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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경제보복 감정으로만 맞설 일 아니다

고종 44년인 1907년 2월 대구에서 시작된 ‘국채보상(國債報償)운동’은 전국적으로 확산돼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가운데 1년 정도 지속됐다. 국채보상운동은 일본이 한국을 경제적으로 예속시키기 위해 강압적으로 떠안긴 차관 1,300만 원을 온 국민의 힘을 모아 청산함으로써 경제 자립을 실현하고 국권을 회복하자는 운동이었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에 나서면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 했던가. 마치 대한제국 말기 벌어졌던 국채보상운동을 보는 듯하다. 과거 치욕의 우리 역사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왠지 섬뜩한 전율이 느껴진다.


일본은 지난 1일 우리 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에 쓰이는 물질 3종의 대(對) 한국 수출을 규제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하나같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 필수적인 물질이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쓸 수 있는 보복카드가 100개가 넘는데 이제 겨우 한 개가 나온 것이라는 끔직한 얘기도 있다. 세계 3위의 경제대국답지 않은 치졸한 태도에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이에 분노한 한국 국민들의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SNS를 넘어 대학생·중소상인·자영업자들의 보이콧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상인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일본 제품을 팔지 않겠다고 나서는 판이니 국민들의 반일 감정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일본의 가장 큰 문제는 역사 왜곡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일은 전쟁에 대해 지금도 사죄하고 있고, 배상하고 있고 전범을 끝까지 찾아서 옥살이 시키고 있다. 일본은 자국이 일으킨 전쟁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도 않고 외려 역사를 왜곡한다. 위안부 존재조차 부정한다. 징용에 대해 배상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 내 친일 우파들은 이러한 일본을 추종하면서 나라를 분열시키고 있다.


아베는 오는 21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뚝 떨어지자 ‘한국 때리기’라는 고정 레퍼토리를 꺼내 들었다. 지지율이 떨어지면 독도를 꺼내고 험한 발언을 하면 신기하게도 지지율이 높아진다. 일본 우파정권은 기가 막힌 여의봉을 들고 있다. 독도만 트집 잡으면 맹렬하게 애국심이 발동해서 한국을 향해 적개심을 표시하는 언론과 우파들 ‘파블로프 개 실험’과 같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장기화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가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실업과 경기 부진의 장기화로 심각한 경제 타격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결코 감정으로만 맞설 일이 아니다. 


불매운동이 최선의 방법일 수는 없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 이는 역으로 일본이 또 다른 보복 카드를 내놓기 위해 노리는 바다. 정치.외교 갈등에서 비롯된 한일 간의 문제는 경제적 해법보다는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칫 경제적 보복이 보복을 부르는 악순환으로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치밀한 분석과 냉정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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