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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 원인이 최저임금 인상만의 탓일까

최저임금 인상 문제는 항상 논란거리다.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는 노동자 측과 한 푼이라도 덜 주려는 사용자 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설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아무리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다 해도 노사 양측이 느끼는 체감은 다르게 마련이다.


각 언론사들의 최저임금에 대한 시각차도 극명하게 갈린다. 그동안 보수언론들은 경영자 측 입장을 대변하며 최저임금 인상이 불황의 근본 원인인 것처럼 일방적으로 공격해 왔다. 진보 성향의 언론들은 최저임금은 가난한 노동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최소한의 권리라며 노동자 입장을 적극 옹호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12일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9%(240원) 오른 8,590원으로 결정했다. 2010년 최저임금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인상률이다. 하지만 지난해 16.4%, 올해 10.9% 각각 인상했던 것을 고려하면 2년간 고속 인상 부작용을 고려한 속도 조절이라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취임 2주년 대담에서 “2020년까지 1만원 공약에 얽매여 무조건 그 속도대로 인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뒤 공익위원 전체를 교체했을 때 속도 조절은 예고된 셈이다. 이로써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한다는 현 정부의 공약은 물거품이 됐다. 한국노총은 논평을 통해 “최저임금 참사가 일어났다”며 “노동존중 정책, 최저임금 1만원 실현, 양극화 해소는 완전 거짓 구호가 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면 경영계는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인상될 경우 초래할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환영했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크게 꺾인 데는 엄혹한 경제 상황이 주효했을 것이다. 문 대통령까지 공약 파기를 각오하며 최저임금과 관련해 속도조절론을 얘기할 정도로 급격한 인상을 경계해 왔다. 남은 과제는 합의에 따른 파장 최소화다. 노사는 상호 합의를 끌어내 결론을 내린 이상 불필요한 여론전으로 분란을 유도해서는 안 된다. 나아가 노사가 이제는 경제 성장에 힘을 모아야 한다.
 

최저임금은 해당 시대의 경제 상황이나 소득분배 수준에 따라 인상률이 결정돼야 한다. 상대적으로 높고 낮다는 건 의미가 없다. 최저임금 인상은 필요하만 산입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등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인 공감대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경제구조를 바꿀 다른 정책들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으면서 경제난 원인이 오롯이 최저임금 인상 탓이라고 몰아세우는 식의 여론몰이는 곤란하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인상 폭에 대한 합리적 기준이 제시돼야 한다는 점이다. 최저임금 인상 폭은 단순히 저소득층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노사가 동의할 수 있는 교섭 규칙부터 세우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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