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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복지는 확대되는데 비정규직은 찬밥 신세

지난 달 17일 학교비정규직 100인이 청와대 앞에서 집단삭발을 단행했다. 이들 대다수는 여성 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의 핵심 요구사항은 ‘차별 해소’와 ‘교육공무직 쟁취’. 이 정도 규모 여성 노동자 집단삭발은 유례가 없는 일로 당사자들의 실망과 분노가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렀는지 가늠케 한다. 노동자들의 주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자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확약한 ‘정규직 임금의 80% 공정임금제 실현’ 공약을 이행해 달라는 것이다. 법적 근거 없는 현재의 ‘학교비정규직’이 아니라, 지난 2016년 현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국회의원 시절 대표 발의하고 100명 가까운 의원이 동참했던 ‘교육공무직’으로 전환해달라는 요구다.



노동자들의 요구안 내용을 보면 정규직과 똑같이 해달라는 것도 아니다. 현재 공무원 최하위 직급의 60~70% 수준인 학교비정규직의 임금을 80% 수준으로 올려달라는 것이다.



지난 5일 급식 대란 종료 이후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연대회의)와 교육당국의 교섭이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연대회의 측은 교육당국의 교섭태도에 변화가 없을 경우 2차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당국과 연대회의는 교육부의 교섭위원 참여 여부를 두고 의견 차를 보이며 임금 인상 등 현안 논의는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연대회의는 기본급 6.25% 인상과 근속수당 인상 등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총파업을 결행했다. 총파업 종료 후 양측은 지난 9~10일 첫 교섭을 진행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교육부의 교섭위원 참가를 요구하는 연대회의 측과 이를 거부하는 교육당국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결국 교섭은 중단됐다. 재교섭은 16~17일 진행될 예정이지만 대규모 2차 파업도 배제할 수 없다. 상황은 이렇지만 정부로서는 노동계의 요구를 달랠만한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문재인 정부가 1호 공약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내걸었지만 정부는 이를 달랠만한 마땅한 카드가 없어 파업이 끝나더라도 두고두고 노사관계의 불씨로 남을 전망이다.



한 가지 아이러니한 사실은 임금 인상이 부담스럽다는 교육당국의 호소가 무색하게 한쪽에서는 무상교육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 자치단체들은 중·고교 학생들에게 무상 급식을 전면 실시하고 무상 교복을 지원하기 위해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 편성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물론 가계경제 부담 완화와 더 나은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무상교육이 확대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당장 학교 비정규직 종사자의 처우 개선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무상 확대에 앞장서는 모양새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학교라는 동일 공간에서 한쪽은 생존권을 부르짖는데 한쪽은 복지 늘릴 궁리만 하고 있으니 뭔가 한참 잘못돼 있다. 총파업에 나선 학교 급식 조리원, 돌봄 전담사 등은 대표적인 공공서비스 영역에 속한다. 이들의 처지가 개선돼야 공공서비스의 질도 좋아진다. 이들의 요구에 사회적 지지와 연대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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