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일반 국민들은 ‘무노동 무임금’ 지대에 있지만 딴 세상에서 사는 이들도 있다. 국회의원들이다. 여야 간 정쟁으로 국회가 몇 달 간 공전되는 바람에 법안 한 건 통과시키지 못해도 매달 세비는 꼬박꼬박 챙겨간다.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거나 선거가 코앞이면 ‘일하는 국회’, ‘효율적인 국회’를 만들겠다며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법제화, 세비삭감을 약속하기도 하지만 늘 그때뿐이다. 국회가 정상화되거나 선거가 끝나면 무용지물이다.
국회의원이 본회의와 상임위 회의 등 각종 회의에 무단으로 결석을 할 경우 국회의원의 수당을 삭감하는 법안이 지난 17일 발의됐다.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전주갑)은 국회 회의 출석이 국회의원의 기본 임무임을 감안해 무단으로 회의에 참여하지 않는 국회의원에 대해 수당과 특별활동비를 지급하지 않도록 하는 일명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법’(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 했다. 김 의원은 “장기간의 국회 파행으로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이와 맞물려 회기 중 본회의 및 상임위 불출석 의원에 대한 비난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회의원이 회의에 무단으로 불출석 하는 경우 수당을 삭감토록 하는 등 국회의원에게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는 개혁 조치가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기간 국회 파행에 따른 국회의원의 세비 반납 여론이 80%에 달하는 등 국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며 “국회가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특권 내려놓기를 적극 실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행법은 국회의원이 의장의 허가나 결석신고서 제출 없이 결석하면 특별활동비만 감액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특정 정당이 국회 일정을 보이콧 하고 소속 의원들이 국회에 불출석해도 수당과 입법활동비 등의 월정액 경비를 모두 받아 간다. 국회가 개점휴업 상태일 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새로울 게 없다. 여야의 당리당략에 따라 국회가 공전할 때마다 국민적 혐오감을 줄이기 위한 자구책으로 나온 단골 메뉴였다. 본회의든 상임위·특위든 의정활동은 국회의원들의 권리인 동시 뽑아준 유권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 이행이다. 그런 본연의 업무를 팽개친 채 세비만 꼬박꼬박 챙긴다면 후안무치한 일이다. 그러고도 국회가 산업계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지키라고 하는 것은 이율배반 그 자체다.
국회를 버린 대가로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염증은 극에 달하고 있다. 대화와 표결이라는 두 가지 수단으로 타협과 절충을 해야 하는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을 무시한 데 따른 업보인 셈이다. ‘배지만 달면 100가지 이상이 달라진다’는 우스갯소리에는 의원들의 과도한 특권에 대한 조소가 들어 있다. 단 하루만 배지를 달아도 월 120만원의 연금을 받는 의원 연금제도도 그 범주에 든다. 대의정치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으려면 국민을 위한 헌신의 폭에 비례할 만큼 의원들의 밥그릇 크기도 당연히 조절해야 한다. 여야는 하루속히 이를 위한 법제화에 손을 맞잡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