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의 상아탑인 대학이 교수 갑질 추문으로 얼룩지고 있다. 전북대학교 학생들이 교수들의 온갖 비리와 갑질 행태를 참다못해 급기야는 ‘교수 비리 진상규명 학생위원회’를 구성했다. 사실상 학교와 교수들에 대한 감시에 나선 것이다.
학생위원회는 지난 19일 학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우리 대학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 믿어지지도 않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지금 우리 대학은 교수들의 각종 비리 사건으로 인해 개교 72년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수들의 비리 사건이 연달아 속출되고 사태의 심각성과 위중함이 짙어지고 있지만, 대학 본부는 미온적 태도와 방관을 일삼으며 교수들의 여러 비리 사건을 묵인해왔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비리 교수의 진실한 사과와 수사 경과의 투명한 공개, 징계위원회 학생 참여·방청 보장, 비리 교수의 보직해임 및 즉각 파면, 재발방지대책 수립 시 구성원 참여를 요구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북대 A 교수가 자신 맡은 수업을 지인 등에게 대신하게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또 다른 파문이 일고 있다. 더욱이 A 교수는 영어로 진행해야 하는 전공 필수과목 강의를 영어로 하지 않고 수년간 관련 수당을 챙겨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대리 강의는 강의를 개설한 교수가 아닌 제3자가 수업을 맡는 행위로 학칙에 어긋나는 대표적인 학습권 침해다. 그런데도 한 학기 동안 지속해서 대리 강의를 일삼은 교수가 학생들의 폭로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 사태로 인해 수업을 이수한 해당 학과 학생들은 학점 인정이 되지 않을 경우 대학졸업이 취소될 위기에 처해지면서 2차 피해 발생이 우려된다는 데 있다. 폭로 학생은 “당장 졸업을 앞둔 학생들과 졸업을 한 학생들에게 파장이 갈 것을 알면서도 대학 본부는 침묵만 하고 있다”고 실토했다.
수많은 제자들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상황에서 스승이라는 사람의 행실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들이 대학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이쯤 되면 대학이, 대학교수가 ‘요지경 속’이라 할만하다. 교수가 학생을 업신여기고, 스승의 자질이 이럴 진데, 참교육이 발붙일 곳이 어디에 있겠으며, 제자가 스승을 공경하지 않는다고 누가 탓할 수 있겠는가.
이게 어찌 어제 오늘 하루아침에 갑자기 불거진 문제들인가. 피해 학생들은 지속적으로 교수의 자질 문제를 제기해도 이를 해결해줄 주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중재자로 나선 대학이나 교육부가 학내 갑질 문제나 교수들의 비위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는 대신 책임을 회피하면서 사건을 은폐·축소해오다 보니 이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김동원 전북대 총장은 지난 9일 공식석상에서 머리를 숙이고 재발 방지 대책을 공언했다. 그러나 대학 내에서 벌어지는 이 같은 참담한 일들이 그저 사과나 면피용 대책만으로 해결하기에는 너무 멀리 와 있다. 총장이나 대학 핵심 관계자들이 목을 내놓는 결연한 의지로 나서지 않는 한 곪을 대로 곪아 터진 대학의 총체적인 난국을 해결하기란 요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