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반도체 및 화학제품 핵심 소재 등에 대한 수출규제에 이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등 경제보복 조치가 노골적으로 진행되면서 새삼 기초과학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상대로 비수를 꽂은 분야는 한결같이 탄탄한 기초과학이 수반된 원천기술들이다. 산업에 사용하는 모든 기술은 기초과학을 기반으로 한다.
한국인들이 그토록 적대시하는 일본이지만, 그런 일본을 한번 쯤 부러운 눈초리로 쳐다볼 때가 있다.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될 때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고 김대중 대통령의 평화상이 전부다. 반면, 일본은 24명이나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 가운데 무려 22명이 기초과학 분야에서 수상했다.
일본은 지난 2014년부터 3년 내리 과학분야에서 수상자를 배출한 후 한 해 건너뛰고 지난해 생리의학 분야에서 또 다시 수상자가 나왔다. 기초과학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아낌없는 지원, 한 분야에 매진하는 특유의 장인정신, 기업의 첨단기술력이 삼위일체로 어우러져 일군 성과라 할만하다.
우리는 어떤가. ‘기술 한류’를 외치며 과학 선진국인 양 행세하면서도 정작 노벨상 수상자 하나 배출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몇 년 전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지는 우리나라가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한 명도 내지 못한 이유에 대해 몇 가지 지적한 적이 있다. 네이처지가 내놓은 첫 번째 충고는 기초연구에 소홀하다는 것이다.
당장 돈이 될 수 있는 반도체, 통신, 의료응용 분야 등에만 관심이 있고 수십 년 동안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기초과학 분야의 연구는 뒷전이라는 것이다. 시류에 편승해 선진국의 과제를 그대로 따라가는 연구 풍토에서는 독창적인 성과가 나올 리가 만무다. 토론 문화 부재와 상명하복식의 경직된 연구실 문화도 꼬집었다.
게다가 기초과학 예산은 꾸준히 늘어난다지만 정권이 바뀌면 지원이 끊기거나 대폭 삭감되기 일쑤고, 정부 연구자금도 ‘나눠 먹기’ 형태로 지급되고 있다고 하니 연구 성과가 제대로 나올 리 없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을 정권의 전리품으로 여기고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내는 고약한 관행에다 기초과학을 홀대하는 사회 환경도 기초과학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기업들도 산업현장에서 당장 쓸 수 있는 반도체, 통신 분야에만 관심이 있고 장기투자가 필요한 기초과학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단기실적에만 집착하는 풍토 탓에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연구 주제를 끈기 있게 끌고 나가기 쉽지 않다. 노벨상이 문제가 아니다.
기초과학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멀리 보고 투자해야 할 대상이다.
단기간에 결과물이 나오는 응용과학 육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 또한 기초과학이 탄탄해야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다.
바야흐로 4차산업혁명 시대는 곧 기술전쟁의 시대를 의미한다.
언제까지 우리나라가 남들이 시작한 분야를 따라만 갈 수는 없는 일이다.
기술 종속에서 벗어나고 창조적 산업, 창조적 일자리 창출을 선도하려면 이제라도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