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모집이 지난 달 31일 일단락됐다.
내년 총선이 사실상 권리당원 모집에서부터 시작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가장 뜨거웠던 곳은 호남이다. 호남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이지만 지난 2016년 총선에서 옛 국민의당에 밀려 총 26석 중 3석밖에 얻지 못했다. 자연히 호남은 민주당 현역이 거의 없는 ‘기회의 땅’이 돼 예비후보가 쏟아지다 보니 경쟁이 뜨거웠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 후보 경선이 인물과 정책은 없고 ‘1회용 권리당원’만 난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실제로 이번에 모집한 민주당 권리당원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허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도당은 지난 10일까지 권리당원 개인정보에 대한 1차 확인 작업을 마쳤다. 그 결과 10개 선거구의 예비 출마자들이 모집한 당원 중 10~15% 가량이 주민등록번호, 주소지(거주지 기준), 휴대전화번호가 일치하지 않은 등의 오류로 밝혀졌다. 입당 신청자 10명 가운데 1~2명은 ‘유령 신청자’인 셈이다. 모집경쟁이 과열되면서 생긴 부작용 때문이다.
경선룰로 국민안심번호 선거인단 100%를 반영했던 20대 총선과는 달리 내년 21대 총선에는 권리당원 투표와 국민안심번호 선거인단 비율을 각각 50%씩 반영한다. 예비출마자들마다 권리당원 확보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똑같은 권리당원 명부가 접수자만 바뀌어서 시차를 두고 제출된 경우도 있었다.
총선 때마다 권리당원 동원에 대한 부작용 문제는 매번 논란의 표적이 됐다.
인위적으로 끌어들인 권리당원이 정당한 정치권력을 선출할 수 있을 것이냐는 문제다. 가장 대표적인 부작용 중 하나가 경선이 끝난 뒤 당비 납부를 끊는 이른바 ‘1회용 당원’ 이다. 당에 대한 특별한 애정과 지지가 없으면서도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위해 일시적으로 당에 가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당 입장에선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지난해 지방선거가 끝난 뒤 75만 명이던 당원이 50만 명대로 추락해 골머리를 앓았다. 정책 경쟁이 돼야 할 경선이 조직 다툼으로 변질했다는 방증이다. 당원 증가를 무작정 반길 수만 없는 일인 것이다.
일부 정당들이 매달 받아야 할 당비를 선납으로 받는 것도 1회용 당원을 묵인하는 또 하나의 꼼수라는 지적도 있다.
주민등록도 옮기지 않은 채 가상의 주소를 만들어 당원으로 가입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도 논란이다. 당 선거구가 아닌 곳에 당원으로 가입해 자칫 여론 왜곡마저 우려되는 것이다. 조직적으로 동원된 권리당원 경선 방식은 지역 민심과는 다른 경선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정당은 시민들의 참여를 대폭 늘릴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 정당구조에서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이 극히 소수라는 현실은 대중 정당의 허상을 말해준다.
당원의 권한이 훼손되지 않고 정당 응집력을 유지하면서 시민 참여를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