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영화 ‘김복동’이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반응이 뜨겁다. 영화 ‘김복동’은 여성인권운동가이자 평화운동가였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92년부터 올해 1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일본의 사죄를 받기 위해 투쟁했던 27년간의 지난한 여정을 담은 감동 다큐멘터리이다.
1991년 8월 14일은 김학순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세상에 최초로 알렸던 날이다. 김 할머니의 공개 증언은 반세기 가까이 가려졌던 위안부 문제를 한일 사회에 공론화시켰다. 피해자들 파악은커녕 관련 문서도 찾기 어렵던 당시 그의 회견은 일본의 잔악한 전쟁범죄를 세상에 드러내 온 국민들의 가슴을 분노와 슬픔으로 적셨다.
무엇보다 한 사람의 용기는 ‘수치스러운 삶’, ‘순결 잃은 여자’라는 낙인이 강요한 침묵에 잠겨 있던 다른 김학순을 깨웠다.
238명의 다른 피해자들 목소리를 끌어냈을 뿐 아니라, 국내를 넘어 북한·필리핀·중국·인도네시아·네덜란드의 피해자에게까지 닿았다.
1992년부터 시작된 수요 시위와 유엔의 결의 및 권고, 아시아연대회의와 2000년 일본군성노예전범여성국제법정, 세계 각국 의회의 결의 채택까지 그의 증언은 수많은 변화를 이끌어냈다.
2012년 제1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 결의로 그의 증언일은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이 됐다.
우리나라도 뒤늦게 2017년 12월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돼 매년 8월 14일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됐다. 이날을 전후해 각 자치단체마다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다양하게 마련되고 있다.
지난 13일~17일까지 전주독립영화관 1층 전시실에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의 기록물이 전시되고 있다.
전주 풍남문 광장의 소녀상에는 한숙?정하영 작가의 작품이 설치돼 결코 잊어서는 안 될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기억한다. 영화 ‘김복동’ 상영회는 16일 오후 7시 30분부터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4층 영화관에서 진행된다. 해를 거듭할수록 기림일 행사가 범국민적 행사로 발전해 그나마 다행스럽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김 할머니는 생전 일본이 진심으로 사죄하고 배상해야 한다고 절규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일본은 아직까지 일본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사죄를 하기는커녕 시도 때도 없이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천인공노할 망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현재의 모든 혼란의 시작은 피해 할머니 다수가 반대하고 국민도 납득하지 못하는 한·일 위안부 합의 탓도 크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정부는 없었던 것이다. 가해자 일본의 역사적 책임을 돈으로 면제해주고 피해자 한국에서 갈등을 야기하는 잘못된 결정을 바꾸지 않는 한 위안부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영토와 주권뿐 아니라, 피해와 명예도 회복돼야 진짜 ‘광복(光復)’이다.
그렇기에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진정한 광복절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