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의 경제전쟁이 산업 전반을 강타하면서 화두로 등장한 게 ‘부품?소재’다. 이번 일본의 3대 수출 규제 품목 가운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93.7%, 포토레지스트는 91.9%, 고순도 불화수소인 에칭가스는 43.9%가 일본산이다. 이게 우리가 처한 부품?소재산업의 냉혹한 현실이다. 이번에 일본이 이런 우리의 약점을 콕 집어 파고든 것이다.
효성이 ‘꿈의 첨단 소재’로 불리는 탄소섬유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효성은 지난 20일 효성첨단소재 전주공장에서 개최된 ‘탄소섬유 신규투자 협약식’에서 세계 탄소섬유 시장 점유율을 10%까지 끌어올리고 핵심소재 안보 자원화를 목표로 오는 2028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1개 2000톤 규모의 탄소섬유 생산라인을 10개 2만 4000톤까지 증설하겠다는 것이다. 일본?독일과 치열한 다툼을 벌여야 하는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톱3’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정부가 ‘수소경제’로 새로운 시장을 열어준 만큼 탄소섬유를 더욱 키워 ‘소재강국 대한민국’ 건설에 한 축을 담당하겠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에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탄소섬유 투자계획을 발표한 효성 전주 공장 현장을 직접 찾아 “연관산업들의 유치와 투자확대로 ‘전북을 탄소산업 메카로 만들겠다’는 비전과 공약을 지킬 수 있게 됐다”며 “효성의 담대한 도전과 과감한 실행을 정부도 적극 뒷받침 하겠다”고 힘을 실어 줬다. 그러면서 “이번 투자 협약이 첨단소재 강국으로 도약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부품·소재산업의 민간 투자가 전국 곳곳에서 활발히 일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탄소섬유는 자동차용 내외장재와 건축용 보강재는 물론 스포츠레저와 우주항공 등 첨단 분야에 이르기까지 철이 사용되는 모든 산업에 적용될 수 있는 ‘꿈의 신소재’로 알려져 있다. 철에 비해 무게는 4분의 1이지만 강도는 10배, 탄성은 7배에 달하고 내부식성, 전도성, 내열성 등이 뛰어나 ‘미래 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린다. 항공, 우주, 방산 등에 사용되는 전략물자여서 기술이전이 쉽지 않고 독자 개발도 어려워 세계적으로도 기술 보유국이 손으로 꼽힐 정도다.
부품?소재산업은 모든 산업의 뿌리다. 우리가 이를 소홀히 하는 사이에 일본은 세계 최고 수준의 부품·소재산업을 수십 개, 아니 수백 개를 육성하고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이를 무기로 이번에 우리의 아픈 곳을 건드렸다. 덕분에 우리는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이라고 해도 단 하나의 소재가 없으면 제품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일본과의 경제전쟁을 계기로 부품?소재 산업의 중요성이 더욱 확실해졌다. 이참에 일본의 경제보복을 원천기술을 갖춰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금은 비상 상황이다. 위기 상황에 맞춰 정부 당국도 경제전쟁의 첨병인 기업이 앞장서서 뛸 수 있도록 일회성 땜질 처방이 아닌 근본적인 지원을 위해 말 뿐이 아닌 행동으로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