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대법원은 사망하거나 노동력을 잃은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되는 육체노동자의 ‘노동 가동연한’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1989년 12월 대법원이 가동연한을 55세에서 60세로 5년을 올린 지 30년 만에 이뤄진 이번 판결은 우리 사회 한 세대, 더 나아가 한 시대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반영한 것이며, 고령화가 몰고 올 거대한 파도를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도 65세로 상향되며, 기초연금 대상은 이미 60세 이상에서 65세 이상으로 바뀌었다.
고령화의 ‘공포’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얘기는 이제 전혀 낯설지 않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2000년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 7%를 넘기며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이후 2017년 고령사회(14%)로 진입하기까지 17년이 걸렸다. 2025년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로 꼽히는 일본은 1970년 고령화 사회에서 24년 지나 1994년 고령사회로 진입했고, 11년 만인 2005년 초고령 사회로 들어섰다. 일본의 고령화 속도 기록을 우리나라가 초고속으로 뛰어넘는 것이다. 유엔 인구추계와 비교했을 때 2065년에는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35개) 중 생산연령인구 비중이 가장 낮고, 고령인구 비중은 가장 높은 나라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전북지역 고령화 속도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 ‘고령인구 비율’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도내 전체 인구(182만 5381명) 중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36만 5173명으로 20.01%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9.27%)에 비해 노인 인구 비율이 0.74%p 상승했다. 전북은 전국 17개 시·도 중 전남(22.36%), 경북(20.29%)에 이어 세 번째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시·군별로는 임실(34.30%), 진안(33.12%), 고창(32.56%), 순창(32.35%), 무주(32.10%), 장수(32.06%), 부안(31.24%), 김제(30.11%), 남원(26.58%), 정읍(26.24%), 완주(21.70%) 등의 순으로 노인 비율이 높았다.
초고령 노인, 치매노인 정도를 판단하는 근거 자료가 되는 장기요양보험 인정률을 보면 장기요양보험 혜택이 가장 두드러지는 지역으로 전북이 꼽혔다. 지난 6월 기준, 전북지역 노인의 장기요양보험 인정률은 10.85%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전국 평균은 9.17%였다.
현재의 고령화 진행 속도를 감한할 때 노인 문제는 이제 정부나 자치단체의 주요 정책에서 결코 빼 놓을 수 없는 핵심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노인이 되는 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빈곤·학대·혐오에 맞닥뜨린 노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중·장년층이나 청년층도 시차를 두고 그런 신세로 전락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노인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고령화에 대해서 사회적 부담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고령화가 피할 수 없는 추세라고 본다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다양한 대비를 해야만 한다. 소외와 빈곤, 건강과 질병, 사고와 범죄 등의 문제들에 대해서 새롭게 고령 사회의 관점에서 문제점과 대응방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