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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펀드·불매운동 열풍…소비자는 냉정하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열기를 더해 가고 있는 가운데 금융업계에도 ‘애국’ 바람이 불고 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광복절 전날인 지난달 14일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등으로 국내 부품·소재·장비 산업이 타격을 받자 이들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인 ‘필승코리아 펀드’를 출시했다. 이른바 금융투자업계 판 ‘금 모으기 운동’인 셈이다. 운용보수 중 50%를 공익기금으로 적립해 부품·소재·장비 관련 대학교와 연구소에 장학금 등으로 기부하거나 사회공헌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 펀드는 지난달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개인 자금 5000만원을 투자하면서 사회 전반으로 가입 열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 펀드에 대한 전북도민들의 관심도 높다. 지난달 30일 현재 도내에서는 총 648좌의 애국펀드가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적으로 판매한 7,782좌의 8.3% 수준이다. 도내 경제 규모가 전국 대비 2%대 임을 감안하면 애국펀드에 대한 도민들의 열기가 대단함을 알 수 있다. 도내 자치단체장들의 가입도 이어지고 있다. 김승환 교육감을 비롯 남원·정읍·김제·완주·부안·순창·무주·장수 등 지역 단체장들이 펀드 가입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1999년 ‘한국 경제를 확신합니다’라는 슬로건으로 ‘바이코리아(Buy Korea)펀드’가 등장했다. 국내 첫 ‘애국펀드’라는 상징성을 띤 이 펀드는 제2의 금모으기 운동이라고 강조하며 애국 마케팅을 펼쳤다. 2개월 만에 5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으나 이듬해 IT버블과 함께 손실이 커지면서 펀드 열풍은 오래 가지 않았다. 2014년에는 박근혜 정부 시절 ‘통일 펀드’가 줄줄이 출시됐으나 현재는 저조한 수익률로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애향’이나 ‘애국’이라는 말이 붙으면 유독 애착을 갖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경제적인 문제는 애향이나 애국으로만 호소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경제에는 애국이 없다’는 말이 있다. 순간적으로, 단기적으로는 애국?애향심을 발휘해 국산이나 지역 제품을 사용할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되기가 힘들다. 소비자는 냉정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같은 품질이라면 더 값싼 제품을, 같은 가격이면 품질이 더 우수한 제품을 쓰게 마련이다. 2008년 광우병 파동으로 전국이 난리가 났었지만 지금은 수입산 쇠고기를 아무 거리낌 없이 먹고 있다. 한우에 비해 가격이 월등히 저렴하기 때문이다. 불매운동이 장기적으로 성공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불매운동의 성패는 한국 제품이 더 싸고, 품질이 더 좋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자연스럽게 성공하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어떠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하는 사이 오히려 국민들의 행동과 실천이 앞서고 있다. 애국 펀드나 불매운동도 좋지만 이는 감정에 호소한 일시적인 방편에 불과하다. 한일 관계가 백척간두에 처한 오늘 이 순간에도 여전히 당리당략을 위해 역겨운 진흙탕 싸움질만을 벌이고 있는 정치권은 통렬한 반성을 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퍼질러 놓은 일을 국민들에게 떠넘기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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