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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빈집에 온기를 채워 넣자

전국 모든 지자체가 빈집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통계청 조사 결과 전국에 소재한 빈집은 2017년 기준 126만 가구나 된다. 1995년 36만5466가구였던 빈집은 20년 만에 3.5배나 증가했다. 빈집하면 으레 시골지역의 농가를 떠올렸으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 만은 않다. 도시에도 빈집들이 널려 있다. 신도시 개발로 거주민들이 빠져나간 원도심 지역에 주로 빈집이 몰려있다. 도심지역 텅 빈 아파트 적지 않다. 빈집 문제가 더 이상 농촌지역에만 국한된 사안이 아님을 말해준다. 빈집 처리 문제는 지자체의 골칫거리 가운데 하나가 됐다.


빈집이 발생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의 감소와 주택의 노후화, 주거환경 악화, 접근성 불량 등이다. 지자체들마다 많은 예산을 들여 빈집을 정리하고 있으나 그만큼 빈집이 새로 생겨나 전체 숫자는 줄지 않고 있다.


전북지역 빈집을 주거, 문화·복지, 경제활력 공간으로 활용, 도시재생 활성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전북연구원은 지난 3일 이슈브리핑 ‘빈집 활용을 통한 도시재생 활성화’에서 인구감소와 지역쇠퇴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빈집을 활용해 주거 수요를 창출하고 지역의 혁신과 활력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도심의 흉물이 된 빈집 개·보수는 도시재생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북연구원에 따르면 도내 전체 빈집(9763호)의 40.4%는 상태가 양호하다. 연구원은 이들 빈집을 주거, 문화·복지, 지역활력 등을 위한 도시재생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빈집을 리모델링해 취약계층의 주거공간이나 지역커뮤니티 시설 및 노인 돌봄을 위한 복지시설, 청년 창업공간 등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연구원은 서울의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 경남의 ‘더불어 나눔주택’, 목포 ‘어르신 한울타리 행복주택’ 등을 우수사례로 꼽았다.


방치된 빈집은 여러모로 문제가 된다. 사람이 살지 않으면 건물 훼손이 한층 급하게 진행돼 붕괴하게 된다. 화재 위험성도 있고 쓰레기투기 등 주변 환경이 악화돼 도시 미관을 해친다. 범죄에도 악용된다. 빈집은 인근 지역 범죄율을 19% 증가시키고, 빈집이 2.8가구 증가할 때마다 지역 범죄율은 6.7% 증가한다는 조사 보고서도 있다. 팔리지도 않고 세도 나가지도 않기 때문에 소유자들의 고민 또한 크다. 악취를 풍겨 주거환경을 해치고, 노숙자나 청소년들이 빈집에 드나들어 거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빈집으로 인한 피해는 근처에 거주하는 이웃이 떠안아야 한다. 빈집을 방치한 주인에게 벌금과 세금을 부과해 관리에 대한 책임을 묻는 해외 국가들과 달리 국내에서 빈집 주인들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인구 감소에 지방소멸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빈집은 계속 쏟아질 수밖에 없다. 지자체의 능력만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는 빈집을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중앙정부가 나서 재원을 확보하고 땜질식이 아닌 장기간의 안목으로 종합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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