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재해에는 설마가 통하지 않는다

가을 태풍은 여름 태풍보다 위력이 더 강해 우리나라에 많은 피해를 남기고 갔다. 전국에 큰 피해를 남긴 기록적인 태풍은 대부분 가을에 발생했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1959년 '사라'를 비롯해 2000년 '쁘라삐룬',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 2007년 '나리', 2010년 '곤파스, '2016년 '차바' 등 위력적인 태풍은 대부분 9~10월 가을에 찾아왔다. 과수와 벼 알곡이 막바지 여물어 가고 수확이 한창일 때 찾아오는 강력한 태풍은 농가들이 피땀 흘려 경작한 작물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강우를 동반한 태풍이 지나가는데 피해가 어디 작물뿐이겠는가.


강풍을 동반한 제13호 태풍 '링링'이 휩쓸고 간 전북지역에서도 시설물 피해가 잇따랐다. 전북도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6시까지 집계된 태풍 피해는 모두 41건이다. 그나마 큰 인명피해가 없었다니 천망 다행이다. 도로와 가로수 등 공공시설 피해가 9건, 주택과 농작물 등 사유시설 피해는 32건으로 파악됐다.


농작물 피해도 잇따랐다. 전주와 김제, 남원, 고창 등 전북지역 논 1천210㏊에서 강풍에 벼가 쓰러지는 도복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장수와 순창의 비닐하우스와 인삼재배시설 등 1㏊ 상당의 시설이 파손됐고, 부안의 한 양식장 수조가 강한 바람에 부서져 피해상황을 조사하고 있다. 수확을 앞둔 배와 사과의 낙과 피해도 114㏊에 걸쳐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7일 부안군 변산면 궁항에 정박해 놓은 A호가 너울성 파도로 침수·전복됐다. 태풍이 지나간 이후 추가 신고가 접수되면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태풍으로 인한 순간 최대 풍속은 부안 위도 갈매여 초속 38.8m, 군산 선유도 초속 30.9m, 부안 변산 초속 28.3m 등을 기록했다. 풍속이 초속 20m를 넘으면 몸을 굽히지 않으면 걷기 어렵고, 초속 30m 이상이면 지붕의 기와가 날아가거나 목조 가옥이 무너질 수 있다. 우리나라를 거친 태풍 중 가장 강한 바람을 몰고 온 2003년 9월의 태풍 '매미'의 최대 순간 풍속은 제주에서 관측된 초속 60m였다. 당시 매미는 제주도를 거쳐 경남에 상륙해 동해상으로 빠져나갔다. 이 태풍으로 117명이 숨지고 13명이 실종되는 등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전국을 순식간 휩쓸고 간 태풍 ‘링링’이 소멸된 가운데 가을장마는 계속될 전망이다. 전국적으로 내리는 가을장마는 10일쯤 해제될 예정이라는 기상청 전망에 따라 막바지 비 피해 등에 충분히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태풍의 경로와 세력은 장담할 수 없다. 더욱이 관련 피해를 인력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사전 대비태세를 철저하게 갖춘다면 피해는 어느 정도 막을 수도, 줄일 수도 있다. 재해에는 설마가 통하지 않는다. 스스로 자신의 재산과 안전을 지킨다는 유비무환자세가 중요하다. 자연재해를 완벽하게 막는 것은 불가능할지 몰라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피해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