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바로 앞으로 다가왔다. 추석은 먹거리가 풍성하니 넉넉한 마음들을 갖게 해 인심이 넘치는 명절 중의 명절로 꼽힌다. 1년간 흘린 농부의 땀방울이 결실을 맺고, 먹을 것 넉넉하고, 날씨도 좋은데다 한해 중 가장 크고 밝게 떠오르는 탐스러운 보름달까지 있으니 일 년 중에 가장 풍요로운 시기가 아닐 수 없다.
1970∼80년대 추석은 산업화의 그늘을 어루만지는 진통제였다. 일을 찾아 도시로 떠난 이들이 팍팍한 삶에서 잠시 벗어나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애잔한 기다림 끝에 추석을 맞는 사람이 요즘 얼마나 있겠나 싶다.
추석날 고향에서 가족들이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눠 먹으며 도란도란 웃음꽃을 피우고 정담을 나누던 아름다운 시절, 가까운 친척과 이웃을 만날 수 있어 더욱 행복했던 모습은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먼 옛날 얘기로 기억 속에서조차 희미해져 가고 있다.
명절 때마다 단골 메뉴로 회자되는 ‘명절증후군’이란 말이 오늘날 달라진 명절의 풍경을 말해 준다. 설레며 기다리던 추석을 고통스러워하며 기피하려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간다. 명절이 공동체의 갈등 요소로 변질되기도 한다. 오죽하면 ‘명절 이혼’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을까.
매년 이맘때는 일 년 중 가장 넉넉하고 풍요로운 시기지만 올해는 유달리 추석을 준비하는 서민들의 마음은 무겁다. 경기침체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보니 추석 경기까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팍팍하기 짝이 없다. 일자리 사정은 갈수록 악화되고 소득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큰 폭으로 올라 가계를 옥죄고 있다. 경기불황과 소비심리 위축이 심화되면서 올해는 아예 명절특수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들뜬 명절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게 우리 주변엔 고단하고 쓸쓸한 이웃들이 곳곳에 있다. 직장을 잃은 사람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한 이들, 삶이 불안한 비정규직과 워킹푸어들에게 추석 명절은 오히려 더 고통스럽다. 형편이 여의치 않아 고향을 찾지 못하는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야 할 사람들이 바로 우리다. 하지만 이들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이 우리 이웃에 널려 있다.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 홀 부모 자녀 등은 이럴 때 더 외롭고 슬프다. 자선단체나 공공기관들이 때 맞춰 도움을 준다고 해도 사랑하는 가족들과 오순도순 지내는 것보다 나을 리는 없을 것이다. 더욱이 끝없는 경기침체 탓으로 온정의 손길마저 줄어들고 있다고 하니 가슴은 더욱 무거워진다. 이들에게 추석연휴의 기쁨은 다른 세상 이야기다. 추석 명절에 그늘진 이웃을 먼저 배려하고 그들의 슬픔과 아픔을 헤아리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덕목이 아닌가 싶다. 살아가는 게 빠듯해지면서 아무리 세상인심이 각박해졌다고 하지만 콩 한조각도 나눠먹는 정을 나눌 줄 알았던 게 우리 민족이 아니던가. 이럴 때일수록 이웃 간에 정을 나누는 추석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