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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내 인권센터 무늬보다 실속이 중요

교수 갑질 등 학내 인권 문제로 무수히 홍역을 치른 전북대학교가 인권센터 기능 강화에 나서겠다고 한다. 세부 내용을 보면 그동안 학생처 소속의 인권센터를 별도 기구로 독립시켜 신고가 되지 않더라도 직권 조사가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독립 기구로서 별도 센터장을 임명하고 전문상담사와 행정인력을 충원하는 한편, 인권센터 내부 위원회에 사건처리 자문 등을 위한 전문 변호사도 위촉하기로 했다. 더불어 기존 1년이었던 신고 시효기간을 삭제하고, 6개월이었던 사건 처리기간을 3개월로 단축시켜 인권 관련 문제들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했다. 사건조사 및 피해자 보호에 대한 규정도 명시했다.


최근 대학 내에서 다양한 인권 관련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권센터의 기능과 역할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관련 사안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피해자의 권익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대학 측 설명이다.


전북대의 뒤늦은 이 같은 조치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터질 것 다 터지고, 맞을 매 다 맞고, 학교 위상이 벼랑 끝으로 떨어지고 난 지금에 와서야 인권센터 기능 강화 운운하고 나서는 모양새가 영 개운치가 않다. 별로 믿음직스러워 보이지도 않는다.


최근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교수들의 일탈 행위가 요즘 들어 갑자기 벌어진 문제는 아니고, 대학 당국도 이런 사실을 분명 모르지는 않았을 터, 총장이 공개 사과까지 하고 대학 위상이 나락으로 내팽겨 쳐진 이제 와서야 대책이랍시고 내놓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고 거의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타 대학 인권센터와 특별히 차별화된 내용도 없는 것 같다. 대학이 ‘지성의 전당’으로 일컬어지던 시절이 지난 지 오래라지만, 성범죄 및 인권침해의 온상으로까지 전락한 현실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이런 문제가 최근 들어 유독 많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간 불이익이 두려워 입을 닫았던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고발하면서 감춰졌던 치부가 드러났다고 보는 게 맞다. 교수들의 성범죄와 인권침해는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갑의 횡포’의 전형이다.


이런 범죄행위가 대학가에 고질병처럼 번진 데는 대학 당국의 책임이 크다. 문제가 불거지면 철저한 진상 조사와 재발 방지책 마련이 뒤따라야 하지만 대개는 서둘러 은폐하거나 축소하기에 급급하고, 그때마다 가해자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침묵 또는 방기했다.


피해를 당한 구성원보다 그가 고발한 가해자의 무고를 더 걱정하고 감싸는 대학의 안이한 대응이 부메랑이 되어 작금의 사태를 만들고 있다. 대학은 한 사회의 지식과 지성을 전수하는 상징적인 곳이다. 다른 사람의 권리를 우습게 여기고 짓이기는 행위가 반복되는 곳에서 감히 어떻게 지식이니 지성 따위를 논할 수 있겠는가. 시대가 변해도 한참 변했다. 과거 권위주의에서 비롯된 성폭력과 인권침해 사슬을 단호히 끊어 내야 한다. 대학 내에 인권센터가 설치된다 한들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이 또한 ‘말짱 도로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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