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가축방역은 ‘제2의 국방’이다

사람이든 가축이든 전염병은 일단 발생했다 하면 그 순간부터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킨다. 그로 인한 물질적?사회적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간 우리는 전염병 발생으로 여러 차례 뼈저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지난 2015년 5월 국내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걸린 첫 환자 발생 이후 하루가 다르게 급속히 번지면서 전국을 뒤흔들었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그렇지 않았던 지역 역시 주로 관광지를 중심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2016년에는 소두증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가, 2014년에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여기에 가축전염병 발병은 거의 매년 되풀이 되고 있다. 지난 2016년 말부터 발생한 조류독감(AI)으로 국내에서 3200만 마리가 넘는 가금류가 살 처분 됐다.


지난 2011~2012년에는 구제역 파동으로 소·돼지 340만 마리가 살 처분 되면서 수조원의 피해를 입었다. 당시 국내 자급률이 90%인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두 배 가량 폭등하기도 했다. 축산농가들의 정신적 피해는 가늠할 수조차 없었다. 가축 매몰지에서는 침출수와 환경오염 문제 등 2차 피해를 걱정해야 하고, 방역과 살처분, 매몰에 동원된 공무원 등 관계자들은 극심한 피로와 정신적 고통을 감수해야만 했다.


한동안 잠잠한가 싶더니 요즘은 또 지난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전국이 발칵 뒤집혔다. 18일에는 경기도 연천군 의심 돼지의 시료를 채취해 정밀검사를 진행한 결과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확진 판정이 내려졌다. 역학관계에 놓인 전국 양돈농장도 모두 209곳으로 늘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폐사율이 100%에 이르는 치명적인 전염병이다. 아직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각 자치단체마다 차단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전북도 역시 거점소독 시설을 늘리는 등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날로 진화하며 끊임없이 새롭게 창궐하는 가축전염병을 완전 차단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해마다 반복되는 가축전염병 재앙은 지구 온난화나 한파와 같은 환경적인 영향도 있지만, 사실상 우리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많은 동물을 좁은 축사에 빼곡하게 키우는 과밀 생육과 항생제 과다 투여, 풀 대신 먹이는 사료, 비위생적 축사의 영향도 매우 크다. 이른바 ‘기업형 축산’의 증가로 가축들은 병균에 저항할 수 있는 정상적인 면역력을 상실한 상태여서 병원균에 취약한 것이다.


가축과 인간은 뗄레야 뗄 수가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가축방역은 이제 ‘제2의 국방’에 비유될 만큼 국가 중요 대사(大事)가 됐다. 엄청난 재산피해와 함께 축산농가와 국민을 일거에 패닉에 빠뜨리고, 자칫 인간에게까지 치명적일 수 있는 가축전염병의 악순환을 끊기 위한 부단한 연구와 노력이 탁상행정으로만 그친다면 언젠가는 돌이키기 힘든 대재앙도 각오해야 한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