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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에 더 이상 관용은 없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가정폭력 가해자를 현행범으로 현장에서 즉시 체포하거나 접근금지 명령을 어길 경우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가정폭력 종합 방지대책을 내놓았다. 가정폭력을 범죄로 인식하고 기존 제도의 허점을 보완한 것은 진일보한 조치이긴 하나 정작 형사소송법이 개정되지 않아 말뿐인 대책에 머무르고 있다. 가정폭력은 피해자들의 인격을 짓밟고 생존까지 위협하는 사회악이지만 ‘집안 일’이라는 이유 등으로 관대하게 대응해 온 게 사실이다. 수시로 쏟아내는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가정폭력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가정폭력 신고건수는 24만 8,660건에 달했다. 이중 검거된 인원은 4만 1,905건으로 전년 대비 3,322건 증가했다. 이는 2014년 이후 최근 5년간 2016년(4만 5,619건)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수치다. 지난해 재범 인원은 4,001명으로 2017년(2,785명) 대비 43.7% 늘었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례까지 합하면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 검거인원 중 재범인원의 비율은 9.2%로 2017년 6.2%보다 3%포인트 증가했다. 전북지역의 경우 지난해 5,566건의 가정폭력 신고가 접수돼 13명이 구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지역 가정폭력 신고는 2014년 7,891건, 2015년 4,271건, 2016년 5,082건, 2017년 7,454건이 접수됐다.


지난해 이맘 때 서울 강서구 등촌동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김모씨의 전처 살해사건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가정폭력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가해자 김씨는 20년 넘게 가족에게 폭력을 휘두르다 3년 전 이혼했지만 그 후에도 끈질기게 피해자를 찾아다니며 폭행과 살해협박을 일삼아 왔다고 한다. 피해자의 세 딸은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아버지는 극악무도한 범죄자이니 영원히 사회와 격리시켜 달라”는 글을 올렸다.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사형을 내려 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오죽했으면 친딸들이 그런 절박한 호소를 했을지 그동안 겪었을 폭력의 굴레를 가늠할 만하다.


가정폭력은 워낙 은밀하게 이뤄져 쉽사리 눈에 띄지 않는데다 다른 폭력에 비해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가족 구성원의 정신적 안정성을 해침으로써 다른 범죄까지도 유발시킬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가정폭력은 또 그 사회의 폭력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자녀들에게 폭력을 가르치는 폭력학습의 장이 되기도 한다. 가정폭력을 일부 가정만의 특이한 일로 보고, 그 원인도 개인의 단순한 이상 행동에 의해 생긴다는 인식에서 어서 벗어나야 한다.


법과 제도가 아무리 잘 갖춰졌다 하더라도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지 않으면 효과는 반감하게 마련이다. 가정폭력이 사회문제라는 대중적인 인식이 널리 퍼져야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아울러 가정폭력은 중대 범죄라는 사회 인식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폭력을 엄단하려는 제도적 의지가 뒤따라야 한다. 가정폭력에 더 이상의 관용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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