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농협의 도덕적 해이가 국정감사의 도마 위에 올랐다. 올해 국감에서도 농협 임직원들의 특혜금리가 질타를 받았다. 농협이 농민을 비롯한 일반인에게는 3~4% 대출 이자를 부과한 반면 소속 직원에게는 주택구입자금으로 1% 미만부터 0%대까지 특혜금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이 임직원들에게 주택구입자금을 대출해 주고 슬그머니 이자를 환급해줘 사실상 최고 0%대 금리까지 특혜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임직원들에게 주택자금을 대출해줄 때는 정상 금리를 적용하고 이듬해 현금으로 이자를 보전해주는 방식의 꼼수를 썼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정운천 의원(바른미래당?전주을)이 지난 8일 농협으로부터 제출 받은 ‘임직원 주택구매자금 융자 및 지원현황’자료에 따르면 농협은 소속 직원 주택구입자금 대출건에 대해 2.87%의 이자를 부과하고, 이후 현금을 지급함으로써 실제 이율이 0%대인 특혜 금리를 제공했다. 지급방식은 1년 동안 납부한 대출이자를 다음 연도에 페이백(payback) 방식의 현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예를 들어 1억원을 빌렸다면 부과된 이자 2.87%만큼 다음해 현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이다.
특히 올해 대출한 직원 가운데 15명은 0%대인 ‘공짜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출이율이 2.87% 이하인 직원이 그동안 낸 이자를 내년 이듬해 초에 돌려받으면서 결과적으로 0%대 특혜를 누린 것이다. 농협에서 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지난 5년 동안 대출이율이 2.87% 이하인 직원은 150명에 이른다. ‘공짜대출’ 특혜를 누린 직원이 무려 150명에 달한다는 얘기다.
정 의원은 농협이 대출 금리를 직접 깎아준다는 특혜 시비를 피하기 위해 정상적인 금리를 적용하고, 추후에 별도 예산을 통해 이자를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눈속임을 해왔다는 점에서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비판했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사태에서 볼 수 있듯 국민들은 조금이라도 금리를 낮추기 위해 이리저리 은행 문을 두드리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에서 농협 직원들이 0%대 특혜금리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은 심각한 모럴헤저드라는 정 의원의 말에 능히 공감이 간다. 농민을 위한 대출이자 지원은 고사하고 직원들에게 과도한 금리지원 혜택을 주는 것은 국민적 공분을 살 사안임에 틀림없다.
농협은 지난 2017년 11월 2일을 ‘윤리경영의 날’로 정해 이날 임직원들에게 깨끗함을 상징하는 백설기를 나눠주며 윤리경영 캠페인을 벌였다. 올해 윤리경영의 날에 어떤 이벤트를 벌일지 궁금하다. 분명한 것은 윤리경영은 보여주기 식 캠페인보다는 조직 내부의 철저한 자기반성에서부터 비롯돼야 한다는 점이다. 농민을 위한 기관이면서도 정작 농민에게는 대출과 금리에 인색한 농협이 임직원들에게 특혜를 베푼 행태는 마땅히 지탄 받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