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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적인 특례시 지정 기준 바꿔야 한다

국회는 국정감사가 끝난 뒤 다음 달 상임위에서 특례시 지정 등을 담은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본격 논의한다. 우리가 이번 개정안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는 전주시의 특례시 지정 여부와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무려 30여년만에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현재 지방자치법 개정안에는 특례시 지정 요건이 지방도시에 불리한 인구 ‘100만 이상’으로 돼 있다. 따라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인구 100만이 안 되는 전주시의 특례시 지정 여부는 불투명하다. 인구 100만 이상 도시는 현재 경기도 고양시와 수원시, 용인시, 경남 창원시뿐이다. 획일적으로 인구수만 기준으로 할 경우 수도권과 영남에만 혜택을 주게 됨으로써 국가균형발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전주시는 지난해부터 경기 성남시, 충북 청주시 등과 함께 인구 50만 이상이면서 행정수요가 100만인 도시, 인구 50만 이상 도청소재지까지 특례시로 포함되는 내용의 지방자치법 개정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해왔다. 국회차원에서도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각각 지난해 12월과 지난 3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주는 인구가 약 66만명 수준으로 전북도 전체 인구에서 35%를 차지하는 도청 소재지가 있는 제1의 도시다. 전주에는 264개의 관공서 및 공공기관이 들어서 있다. 상업과 금융의 경제활동은 40%가 넘었고, 교육과 의료는 지역의 30%를 넘었다. 전주에서 실제로 주간에 업무를 보거나 방문하는 유동인구는 약 100만 명 이른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이로 인한 주차 문제와 쓰레기 처리 등 실질적인 행정수요는 폭발적인 수준이지만 이를 감당할 인프라는 태부족이어서 각종 도시문제를 유발함으로써 공공서비스의 질적 양적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전북은 주민 생활권이 확연히 다른 광주·전남과 ‘호남권’으로 묶여 정부의 예산 배분과 기관 설치 등에서 수많은 차별을 받아왔다. 실제 지역별 예산 규모는 전북과 충북, 강원 등 광역시가 없는 지역은 광역시가 있는 지역의 2분의 1에서 심하게는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의 특례시 지정 계획이 또 다른 지역불균형을 초래할 우려를 낳게 되는 이유다.


역대 정부마다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수도권 쏠림 현상에 따른 지방 낙후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가 이 같은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고 전 국토가 상생하며 골고루 발전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정책이 바로 ‘특례시’ 지정이다.


그러나 단순히 인구수만을 유일한 척도로 특례시를 지정하도록 함으로써 각 지역의 행정수요나 재정규모, 유동인구, 도시특성 등의 전체적인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뿐만 아니라 다양성을 추구하는 지방자치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과거 광역시 선정 기준과 다를 바 없고, 대도시 중심의 정책 지원이라는 과거 정부의 실수를 답습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지역 특수성과 전반적인 균형발전을 감안한 특례시 지정이야 말로 자치분권 실현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합리적인 정책판단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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