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자치단체장 일탈 행위 막을 상시 감시체계 필요


이항로 진안군수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직위를 잃었다. 민선 7기 들어 전북지역에서 자치단체장이 낙마한 것은 이 군수가 처음이다. 대법원 2부는 지난 17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군수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군수는 공범 4명과 함께 지난 2017년 설과 추석을 앞두고 홍삼 제품 210개를 선거구민에게 나눠준 혐의로 기소됐다.


이 군수의 당선무효 확정으로 전북지역에서는 1995년 지방자치제도 부활 이후 도지사 1명과 시장·군수 17명 등 총 18명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했다. 몇 군데 빼고 거의 전 지역에서 단체장이 임기 중 옷을 벗은 꼴이 됐다. 그러니 이 군수의 구속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첫 번째 낙마는 1996년 이창승 전 전주시장이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돼 직에서 물러났고, 가장 최근에는 2017년 이건식 전 김제시장이 특정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로 현직에서 물러났다. 임실군의 경우 4명의 단체장이 줄줄이 중도에 하차해 ‘민선군수 무덤’이란 오명까지 뒤집어쓰는 불상사를 겪기도 했다. 광역단체장으로는 임기 중 뇌물수수로 구속됐던 유종근 전 도지사가 보석으로 풀려나 불명예 이임식을 치렀다.


자치단체의 인사나 인허가, 공사 등과 관련한 비리는 고질적인 병폐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수차례 감사원 감사에서 반복적으로 적발됐음에도 근절되기는커녕 줄어들지도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자치단체장이나 자치단체에 대한 상시적 감시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자치제도의 자율성과 독립성이라는 울타리로 보호되고 있는 자치단체는 감사의 사각지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체 감사는 ‘지역 대통령’인 자치단체장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하고, 지역 주민의 감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단체장들의 만연한 부패와 비리를 막지 못하는 현실은 주민에게 선출권 말고는 다른 권리 행사가 봉쇄된 현행 지방자치제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직접민주주의의 요체로 평가받는 주민소환제, 주민감사청구, 주민소송제 등은 요건과 기준이 까다로워 주민 접근을 가로막고 있다. 예산 심의·의결을 통해 단체장을 견제할 수 있는 지방의회는 단체장과 소속이 같은 정당이 다수를 차지할 경우 무력할 뿐이다.


만연한 자치단체의 부패와 비리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지방자치를 망치고 지역 주민에게 자치제도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게 마련이다.


자치단체의 비리를 막기 위해서는 감사원이나 국민권익위 등을 중심으로 상시 감시체계가 가동돼야 한다. 비위 적발자는 일벌백계로 엄하게 다스려 부패 유혹을 사전에 차단해야 할 것이다. 지방의회는 물론 지역 주민이나 시민단체의 감시·견제 활동도 더 강화돼야 한다. 부적격한 단체장은 법의 심판을 받기 전에 주민의 손으로 퇴출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가 완화돼야 한다. 그래야 단체장들이 유권자가 무서운 줄을 알게 된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