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달 25일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기로 했다. 한국은 1995년 WTO 출범 당시 농업 분야에서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았다. 그나마 개도국 지위를 이용해 쌀 등 주요 농산물을 특별품목으로 지정·보호해왔다. 그러나 개도국 지위 포기로 농산물 관세율과 농업 보조금이 차츰 낮아지고 그로인해 국내 농업 분야가 타격을 받게 될 것이란 전망에 따라 농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농특위)와 전북도는 지난 1일 전북도청 대강당에서 ‘농정 틀 전환을 위한 전국 순회 타운홀 미팅’을 개최했다. 이날 미팅은 농업의 구조적 문제점을 도출하고 농정 틀 전환을 위한 전략적 기초를 마련하자는 취지로 열렸다. 농정 틀을 ‘개도국 농정’에서 ‘선진국 농정’으로 바꿔나가자는 것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국내 농어업 정책의 틀(농정틀)을 전환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농어민 월급제 등을 통해 실질적 수준의 농민 기본소득 보장과 생활보장을 우선으로 꼽았다. 정부의 WTO 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에 대해 농업 관련 예산 증액과 중앙 예산 및 정책을 지방으로 과감히 이양할 것, 친환경 포장재 활용 확대와 농촌관광 및 체험학습 제도 개선, 의료 및 교육 복지 향상, 공익형 직불제 확대 등도 주문했다. 농특위는 전국 9개 도를 순회하며 지역별로 100명 규모의 원탁토론회와 타운홀미팅을 개최한 후 성과물을 대통령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우리 농업은 WTO 개도국 지위를 받은 지 20년 이상 지났지만 여전히 정체상태에 있다. 이는 정부와 지자체가 농업 발전과 활성화를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한국은 매년 200억 달러의 농산물 무역적자국이다. 세계 5대 농산물 무역적자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전체 농민의 70%는 연평균 500만원을 벌지 못한다. 농가소득 대비 농업소득 비율은 28%로 역대 최저치이다. 도시가구 대비 농가소득은 63% 수준이다. 쌀 변동직불금 등 농산물에 대한 직접 보조금과 세금감면 등 간접지원까지 포함해 농업에 쏟아 붇는 보조금이 연간 11조 원에 이른다. 30년 가까이 매년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투입했음에도 농업 경쟁력은 높아지지 않았다. 이런 마당에 개도국 지위까지 잃게 되면 우리 농업의 미래는 더욱 막막해진다.
농업은 국가 기간산업이면서 식량안보와 직결된다. 미국·캐나다·호주·프랑스·네덜란드 같은 선진국은 하나같이 농업을 전략적으로 키워 온 농업대국이다. 한국도 농민과 농촌이 부유해지고 농업이 경쟁력을 갖춘 농업 분야 선진국이 되려면 대전환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농업은 단순 1차 산업이 아닌 융복합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모 중이다. 기존 사업들을 묶어 6차산업이라는 화려한 간판만 갖다 붙인다고 농업의 6차산업화가 될 수는 없다. 농업을 6차산업화 하려면 그 접근 방법 또한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야 한다. 차제에 우리 농업의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고 장기적인 활성화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