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산국립공원 명칭을 둘러싸고 정읍시와 전남 장성군 사이에 또다시 논쟁이 일고 있다. 장성군의 명칭 변경 추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71년 내장산국립공원 지정 이후 1979년 장성지역 유림을 주축으로 명칭 변경 운동이 일었지만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2007년에도 지자체 차원에서 명칭 변경을 추진했으나 전북도와 정읍시의 반발에 부딪혀 내장산국립공원 남부사무소 이름을 백암사무소로 바꾸는 것으로 일단은 한 발짝 물러섰다.
장성군은 최근에는 지역주민과 사회단체, 전문가, 종교인 등이 참여한 '내장산국립공원 명칭변경추진위원회'를 공식 출범시키고 다시 명칭 변경 활동에 들어갔다. 호남불교의 요람이자 단풍으로 이름난 백양사가 있는 백암산이 내장산국립공원이라는 명칭 때문에 그 가치를 제대로 알리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명칭 변경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전남·북 3개 지자체에 걸쳐 있는 공원에 맞게 상생의 의미를 담자는 것이다. 장성군은 명칭변경 실패 시 내장산과 백암산으로 국립공원을 분리하는 방안도 정부에 요구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군은 내장산국립공원 명칭 변경을 위한 기초 타당성 조사 용역을 공모해 지난 7월 전남녹색환경지원센터에 발주했다.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내장산국립공원’ 명칭을 ‘내장산·백암산국립공원’으로 바꿔 달라고 올 연말 환경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한다.
전체 면적이 80.7㎢인 내장산국립공원은 정읍·순창과 전남 장성에 걸쳐 있다. 공원 면적으로는 전북이 58%, 장성군이 42%를 차지한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각 지자체마다 다양한 지역 문화?관광 콘텐츠를 만들어 지역을 홍보하고 자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에서 지리적인 특수성을 내세워 장성군이 내장산국립공원 명칭 변경을 요구하는 것도 이해를 못할 바는 아니다. 반면, 정읍시 입장에서는 명칭 변경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내장산은 전국에 정읍의 브랜드 가치를 알리는 절대적인 존재이자 정읍 그 자체다. ‘내장산’이라는 명칭 앞에는 으레 ‘정읍’이라는 지역명이 표기돼 ‘정읍 내장산’은 고유명사화 되다시피 했다. 외지인들이 설령 정읍은 모를지라도 ‘내장산 하면 정읍’이라는 인식이 깊이 각인돼 있다. 만약 ‘내장산·백암산국립공원’으로 이름을 바꾸게 되면 내장산 앞에 정읍이라는 이름은 현격하게 생명력을 잃게 되니 정읍시가 명칭 변경을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전국 국립공원 22곳 중 그 어느 곳도 장성군 측 주장대로 명칭을 혼용해 사용하는 사례는 없다. 더욱이 근 50여 년 가까이 긴 세월 동안 국민들에게 각인된 내장산국립공원 명칭을 바꾼다는 것도 바람직한 것 같지는 않다. 송하진 도지사가 "지역 간 불필요한 갈등과 지역 이기주의를 지양하고 상생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하니 명칭 문제로 두 지역 간 대립과 반목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명한 절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