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이 인근 공장에서 배출된 발암물질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지난 14일 발표했다. 환경부는 ‘장점마을 환경오염과 주민 건강실태 조사 결과’에서 마을 인근 금강농산이 비료를 만들기 위해 KT&G로부터 사들인 연초박이 장점마을 주민들의 암 집단 발병과 역학적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마을 주민 99명 중 22명이 암에 걸리고 이중 14명이 숨진 전북 익산시 장점마을의 비극은 기업의 탐욕과 무책임한 행정이 초래한 ‘인재(人災)’이자 참혹한 환경 참사라 할 수 있다.
조사 결과를 보면, 금강농산은 퇴비로만 사용해야 하는 연초박을 불법적으로 건조 공정에 사용했다. 연초박은 담뱃잎 찌꺼기로 담배제조공정에서 나오는 부산 폐기물이다.
이 공장은 KT&G에서 사들인 연초박을 유기질 비료로 만드는데 썼다. 연초박 건조 과정에서는 1군 발암물질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와 담배특이니트로사민이 배출되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 공장은 방지시설을 거치지 않고 발암물질을 그대로 공기 중에 배출했다. 장점마을 남녀 전체 암 발병률은 간암, 피부암, 담낭 및 담도암, 위암, 유방암, 폐암 등에서 전국 표준인구 집단보다 최고 25배나 많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연초박을 유기질 비료 원료로 썼다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며 “왜 그에 따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는지 알 수 없다”고 의아해 했다.
비료공장이 마을 인근에 들어선 뒤 암 집단 발병 등 전에 없던 이상 상황이 발생했다면 연관성을 의심해 보고 철저하게 조사해 보는 게 지극히 상식일 것이다. 주민들이 무더기로 암에 걸려 사망하는데도 어떻게 그렇게 손을 놓고 있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관리·감독만 제대로 이뤄졌어도 참사를 막거나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장점마을 암 발병의 원인이 밝혀지면서 공장에 대한 1차 지도감독기관인 익산시는 물론 전북도와 환경부 역시 공분을 사고 있다. 이들 행정 기관의 안일한 태도와 부실한 관리·감독이 사태를 키웠다는 것이다.
익산시는 비료공장이 들어선 2001년 이후 셀 수 없을 만큼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했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 2015년 금강농산이 연초박을 유기질 비료 원료로 사용했다는 '폐기물 실적 보고'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익산시는 10여 차례 이상 금강농산의 위반 사례를 확인했으나 가동 중단이나 폐업 등의 강력한 조치는 전무했다. 오히려 2010년 공장은 전북도로부터 우수환경상까지 받았다.
비료공장 설립 허가를 내준 전북도, 환경에 대해 전반적 책임을 져야 하는 환경부도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불법행위와 관리·감독 소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
집단 암 발병의 원인은 밝혀졌지만 공장은 이미 파산했고 회사 대표도 사망해 주민들은 손해배상을 받을 길이 막막해졌다. 정부는 피해 주민들에 대한 충분한 배상과 함께 건강관리, 오염원 제거 등 후속 대책에도 빈틈이 없도록 만반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장점마을 같은 비극이 더 이상 발생치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