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탄소산업진흥원 설립 추진을 골자로 한 ‘탄소소재법’ 개정안이 이번에 또 국회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소극적인 대응과 기획재정부가 브레이크를 걸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지난 2017년 정운천 의원(바른미래당 전주을)이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2년 동안 국회 법사위에서 잠들어 있다. 전북의 탄소산업이 일본의 경제보복을 기점으로 한국 소재산업의 중심으로 부상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지난 8월 전북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효성 전주탄소공장의 ‘탄소섬유 신규투자 협약식’에 참석해 미래 산업의 핵심소재인 탄소섬유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탄소 관련 기업이 밀집한 전북에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전북도와 지역 정치권은 ‘탄소 메카’ ‘미래먹거리 확보’라는 표현 등으로 일제히 환영했다. 탄소산업 육성의 토대가 될 국가차원의 탄소산업 컨트롤타워, 탄소산업진흥원 설립도 머지않았을 것이라는 장밋빛 희망도 생겼다. 하지만 탄소산업진흥원 설립을 위한 법안 통과에 기재부가 반대하고 여당인 민주당마저 반대에 힘을 보태며 사업 추진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이번 회의가 20대 정기국회 마지막 법사위 제2소위 회의인 만큼 탄소소재법의 앞날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올 12월이나 내년 임시회를 노려볼 수도 있지만 여야 대치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임시회 개최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게 되면 법사위에서 논의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지게 된다. 최악의 경우 국회법상 임기만료일인 내년 5월 31일 자동 폐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업이기도 한 탄소산업진흥원 설립은 그동안 산발적으로 진행된 한계를 극복하고 핵심 첨단소재에 대한 기술 자립화와 탄소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설립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해당 법안은 원천기술 개발과 상용화, 전문 인력 양성 등을 위한 진흥원 설립의 내용을 담고 있다.
탄소소재는 대중화를 앞둔 친환경 미래자동차인 수소연료자동차, 전기자동차 등 일부 핵심소재 부품에 사용돼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과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올해 일본의 경제보복을 기점으로 전북산 탄소섬유의 위상은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국내 탄소섬유 산업의 경쟁력은 현저히 열세다. 현재 효성의 세계 탄소섬유 시장 점유율은 2%에 불과하다. 세계 탄소섬유 시장의 60%는 여전히 도레이 등 일본 기업 3곳이 나눠가진 상황이다.
어렵사리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현 상태에선 국내시장을 독점하다시피한 일본산과 경쟁하기 힘겨운 실정이다. 탄소산업진흥원이 설립되면 국가 차원에서 장기간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탄소산업 육성전략을 마련하고 원천기술 개발과 상용화, 전문 인력 양성 등이 가능해져 국내 탄소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국가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