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공포해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지방의회 의원 행동강령’ 개정안은 기초·광역의원들의 ‘갑질행위’에 제동을 걸겠다는 목적으로 마련됐다. 행동강령은 지위나 직책을 이용해 상대방에게 부당한 행위를 강요하는 것을 ‘갑질’로 규정하고 이를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행동강령 자체가 권고 수준에 그칠 뿐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이다. 의원들이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인 권고안 보다는 갑질을 실질적으로 규제할 법적 제재가 가능한 조례 등 보완이 필요한 이유다.
전북도의회 박용근 의원(장수)이 공무원들에 대한 갑질 논란에 휩싸여 곤혹을 치르고 있는 모양이다. 전북도공무원노조와 전공노전북교육청 지부 등 지역 5개 노조는 지난 19일에 이어 22일 두 번에 걸쳐 공동 성명을 내고 박 의원의 갑질 행위를 규탄하고 나섰다. 노조는 박 의원이 올 상반기 인사철에 담당 국장에게 6급 직원의 근무평점을 잘 주라고 청탁했고, 도교육청 직원에게는 사업가인 민원인을 보낸 뒤 민원인의 요구가 거절당하자 직원에게 폭언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사태 후 박 의원의 갑질 제보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 갑질 신고센터를 운영해 범죄 소지가 있으면 수사 의뢰까지 하겠다"고 압박했다.
박 의원은 사과는 했지만, 의혹은 전면 부인했다. 그는 인사 청탁 의혹에 대해 "능력도 중요하지만 연공서열을 중시해 달라고 주문한 적은 있다"면서 "하지만 특정인을 지목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민원인을 도교육청에 보낸 데 대해선 "민원인의 설명만 들어달라고 했지 공무원에게 폭언하지 않았다"며 "통화 중 화가 나서 전화를 끊었다"고 말했다.
이번 박 의원 사태의 실체적 진실이 어떻게 밝혀질 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지만, 지방의원들의 고압적인 태도와 일탈행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의원들의 갑질은 웬만해서는 수면위에 드러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공무원들이 입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원과 공무원의 관계를 흔히들 갑을관계에 비유하기도 한다. 오죽하면 일부 의원들의 ‘갑질 행태’를 바로잡겠다며 공무원노동조합이 노조 안에 ‘갑질신고센터’까지 열었을까. 2년 여 전에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주시지부가 전주시의회 의원들의 자질 향상과 자성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당시 노조는 자체적인 신고센터를 운영해 의원들의 갑질행위나 부당행위 강요, 인사개입 등이 밝혀질 경우 시민에게 알리고 해당 의원의 징계와 사퇴를 요구할 것이라고까지 경고하고 나선 바 있다. 의원들의 갑질이 얼마나 심했으면 그랬을까 싶다.
지방의원 행동강령은 지난 2010년에 제정돼 그동안 몇 차례 개정이 있었다. 제도가 튼실하게 뿌리내렸다면 굳이 새 행동강령을 세부적으로 덧붙이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행동강령이 제정된 이후 지방의원의 자질과 윤리지수가 얼마나 높아졌는지부터 자문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