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한국전쟁 과정에서 억울하게 명을 달리한 국민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후퇴 과정에서 총살 또는 수장 등 갖가지 방법으로 처형된 이들의 숫자가 최대 20만 명을 넘는다는 연구 자료도 있다. 한국전쟁이 터지고 북한군이 남으로 밀려오자 퇴각하던 군인과 경찰은 전주형무소에 있던 수감자들을 처형했다.
1950년 7월 초의 일이었다. 이때 1400여명의 수감자가 좌익 관련자라는 이유로 학살됐다. 이들은 황방산 등 5곳에 암매장됐다. 무고하게 희생된 전주형무소 수감자는 좌익 관련자만이 아니다. 전주를 점령했던 북한군은 퇴각을 앞둔 1950년 9월 26일과 27일 지역유지 등 우익 수감자 500여 명을 반동분자로 분류해 무참히 살해했다.
이로부터 69년이 지난 올 8월 29일 황방산 일대에서 유해 발굴을 위한 개토제가 열렸다. 유해 발굴 작업이 시작된 지 3개월여 만인 지난 26일 전주시와 전주대학교 박물관은 ‘전주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에 대한 유해발굴’에 대한 중간보고회를 가졌다.
현재까지 두개골과 치아, 다리뼈와 팔뼈 일부 등 최소 30여 개체의 유해와 유품 등이 발굴된 것으로 확인됐다. 희생 당시 사망자가 입고 있던 의복의 단추와 신발굽, 벨트 등의 유품도 출토됐다. 이밖에도 당시 정황을 유추해 볼 수 있는 M1소총 및 권총의 탄피, 총기의 탄두 등의 총기 관련 유물도 발견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6·25 한국전쟁을 전후한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에 권고한 위령사업이 나름 결실을 보고 있다. 진실화해위는 지역별로 무고한 민간인 피해를 확인하고 2010년 6월 희생자를 추모하는 위령사업을 권고하며 4년 6개월에 걸친 조사활동을 마무리한 바 있다. 황방산 일대는 2009년 진실화해위가 조사한 전주지역 유해 매장 추정지였다.
아직도 전국엔 한국전쟁을 즈음해 학살당한 민간인들이 암매장된 곳이 많다. 과거 진실화해위 결정을 통해 일부 지역에서 발굴을 진행했지만, 이명박 집권 시기인 2010년을 끝으로 위원회가 해산되면서 작업은 중단되고 말았다. 전국엔 150여 곳이 넘는 민간인 학살 암매장 지역이 발굴되지 못한 채 방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은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국가가 자신의 책무를 저버리고 국민을 학살한 명백한 국가범죄다. 국가폭력의 당사자인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더 이상 민간인 희생자들의 유족들에게 넘겨서는 곤란하다.
민간인 학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배상은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무자비한 폭력에 대한 반성이다. 내년이면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70년이 된다. 억울하게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가족의 시신이나마 편안한 곳으로 모실 수 있도록 국가와 정치권이 보다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