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말은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허구와 기만이 가득 찬 ‘말장난’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교육은 백년대계가 아니라 ‘일년대계’라 해야 함이 정확한 표현이다. 같은 정권 하에서조차 교육 정책은 조변석개로 변심 일색이니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 교육현장은 한시도 바람 잘 날이 없다.
교육부가 27일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자 전환대상 학교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는 지난 7일 발표한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의 후속 조처로 시행령·규칙에서 자사고·외고·국제고 설립과 운영근거를 삭제하고, 일부 자율학교에 허용하던 전국단위 학생모집도 없앤다는 내용이다. 본 개정사항은 부칙에 따라 2025년 3월 1일 시행되도록 했다.
입법 예고 직후 ‘전국자사고외고국제고연합회’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고교체제 변경은 정부의 독단”이라며 “자사고·외고·국제고를 '고교서열화'의 주범으로 호도하는 것은 마녀사냥”이라고 들고 일어났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현 정권은 고교 교육 체제 변경에 대한 사회적 합의나 공론화 절차뿐 아니라 당사자인 학교, 교육계, 학계 등의 의견 수렴 과정을 배제했다”며 “이는 현 정권이 대선 공약 이행이라는 정치적 목적에 의해 졸속 추진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정부의) 일괄폐지라는 초유의 교육독재가 철회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자사고?외고 등 특목고의 존폐 문제는 워낙 민감한 사안인데다 찬반 입장 차이가 워낙 상극을 이뤄 어떤 게 옳고 그른지는 판단하기가 난감하다. 하지만 교육정책 변화에 대한 정부의 절차상의 문제는 분명 따지고 넘어가야 한다. 교육부는 당초 자사고 등을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할 방침이었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입시부정 의혹’ 사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정시 확대를 지시하자 일괄전환 방침으로 급선회했다. 이는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은 졸속 행정임이 분명하다. 교육부는 “여론조사에서 자사고·외고 폐지 찬성이 50% 넘게 나왔다”는 근거도 제시했다. 일관성과 안정성이 중요한 교육정책이 대통령 말 한마디와 여론에 휘둘리는 건 무책임한 일이다.
이 정책의 실행 여부가 차기 정권에 달려 있다는 문제도 있다. 2025년은 다음 정부가 들어선 때다. 자사고와 외고 등은 설립근거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있다. 국회에서 개정해야 하는 법률과 달리 시행령은 정부가 단독으로 고칠 수가 있다. 대통령이 바뀌면 시행령은 또다시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결정됐다면 정책의 계속성이 그나마 유지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실행 여부를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일관성이 생명인 교육 정책을 이런 불확실성에 맡겨 둬도 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