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방법원이 만성동 신청사 시대를 맞아 2일부터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전주지법은 지난 1976년 경원동에서 덕진동으로 이전한 지 43년 만에 다시 만성동 신청사로 둥지를 옮겨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간다. 전주지법 신청사 건립 정신의 핵심은 ‘시민의 법원’이다.
기존 법원과 다르게 외관에 담벼락을 없애 시민의 접근성을 향상시켰으며, 사법접근센터를 설치해 시민들에게 맞춤형 민원서비스를 제공토록 했다. 법정으로 향하는 이동통로와 관련해 민원인들이 이용하는 통로는 기존 법원보다 2배 넓게 설계하고 판사들의 통로를 비교적 좁게 만드는 등 시민 중심 법원이라는 인상을 심어줬다.
한승 전주지법원장도 “만성동 시대의 법원은 누구나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민의 법원’, 법원 운영의 중점을 시민들에게 맞추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시민과 대립각을 세우는 기관이 아닌 시민과 함께하고, 시민을 위한 법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각 언론사들과의 인터뷰에서 ‘시민 중심의 법원’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역으로 사법부가 그만큼 시민들과 멀리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사법부의 문턱이 높다’는 얘기는 귀가 닳도록 들었다.
시민들과 소통하려는 움직임 없이 그들만의 리그에 갇혀 있었다는 점을 부인키 어렵다. 노력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더뎌서 문제다. 참여정부 시절 사법부의 폐쇄성을 타파하기 위해 법조일원화, 공판중심주의로 전환 등의 사법개혁안을 모색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대법원 홈페이지를 통해 대법원장은 사법부에 대해 “…국민을 위한 사법으로 거듭나고자 온갖 정성을 기울인 결과 이제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사법제도의 참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이는 오로지 국민들의 사법부에 대한 사랑과 믿음에 힘입은 것으로 생각하며…”라고 했다. 홈페이지 인사말이란 것이 대부분 덕담 수준의 얘기이긴 하지만, 우리의 사법현실이 과연 세계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지에 대해서 국민들은 다른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대법원의 모토는 ‘국민을 위한 사법’이지만, 이것이 구호를 넘어서 실질이 되고 있다고 믿는 국민들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김명수 대법원장도 지난해 11월 전주지법 신축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사법부가 설립된 지 올해로 70주년을 맞았고, 그동안 구성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사법행정체계는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아 변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가 있다.
사법 개혁은 시대적?국민적 요구다. 국민들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사회 정의가 무너졌을 때 마지막으로 기대는 언덕이 사법부다. 개혁 요구가 한껏 차오른 지금이 법원 내부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사법부를 향한 불신을 회복할 적기이기도 하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사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이 고조됐던 상황에서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판결한다’는 말이 무겁게 받아들여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