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와 남원시의 현안인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공공의대법)’이 여야 간 정쟁의 도구로 변질되며 보류됐다. 지난달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여야 의원들은 공공의대 법 통과 여부를 논의했지만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반대와 민주당 의원의 소극적인 자세로 인해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날 열린 회의가 20대 국회 보건복지위 마지막 법안심사소위 회의였던 만큼 앞날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향후 임시회에서 통과가 되지 않을 경우 공공의대법은 자동 폐기된다.
2022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앞으로 고작 2년 남짓한 기간만 남아있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도 없다. 이번 정기 국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당초 목표했던 개교는 어려울 뿐 아니라 임시회에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기한 내에 개교 절차를 밟기에는 난관이 예상된다.
서남대 폐교에 따른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와 공공의료 강화 등을 위해 지난해 9월 발의된 ‘공공의대법’은 전북도 4대 현안 법안 중 하나다. 공공의대법은 국가가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와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공공보건의료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대표적인 민생법안이다. 서남대 의대정원을 활용해 설립하기에 남원에 설립되지만 공공의대 입학생은 전국적으로 선발돼 졸업 후 선발지역으로 돌아가 10년간 근무하니 특혜 시비 소지가 없다.
공공의과대학 설립은 단순히 서남의대 폐교에 따른 의사정원 확보 문제 차원이 아니다. 공공보건의료 인력 부족문제는 전 국가적 문제인 만큼 공공의 영역에서 국가가 직접 나서 해결해야 한다. 의료서비스의 형평성과 의료사각지대의 해소를 위해서도 공공의대설립이 필요한 만큼 정치적 상황과 이익집단의 반대를 이유로 무산돼 국민 건강권이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
보건노조에 따르면 한국의 1천 명당 활동 의사(한의사 포함)는 2.3명으로 OECD 회원국(평균 3.4명) 중 가장 적고, 그 격차는 비수도권에서 더욱 심각하다. 서울의 1천 명당 의사 수는 약 3명이지만 지방은 서울의 절반에도 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역에서는 의사는 물론 간호인력 구하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이 같은 의사인력 부족은 환자대면시간 부족, 의료 질 하락, 의료사고, 불법의료 등 많은 문제를 유발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보건노조는 “의사가 없는 현 실정에서 상급종합병원의 불법적 의료행위는 더 이상 숨길수도 없는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의사인력 부족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서남의대의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지만, 제대로 된 교육실습 병원도 갖추지 못한 서남의대와 정부 지원을 받아 설립되는 공공의대와는 본질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의사인력 확대를 비롯한 보건의료인력 문제 해결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아직 20대 국회가 끝나지 않은 만큼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다. 12월이든 내년 2월이든 임시국회를 열어 반드시 재 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