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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경제 법안이 정쟁의 도구인가

국회가 연말을 맞아 어김없이 파행하고 있다. 국민들의 생계와 직결된 민생법안이 표류하고 이를 처리해야 할 국회가 연일 정쟁으로 날을 지새우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선언으로 정국은 그야말로 ‘시계 제로’다. 올해도 새해 예산안 법정 처리기한(12월2일)을 넘겼다. 2012년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개정으로 국회가 11월30일까지 예산안 심의를 마치지 못하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원안이 12월1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선진화법 도입 이후 2014년을 제외하고 국회가 일곱 번이나 규정을 어겼다. 선진화법은 소수 정당을 위해 필리버스터를 두고 있지만 이는 첨예한 쟁점 법안을 위한 것이다. 모든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건 민생을 볼모로 국회를 마비시키는 변칙 플레이에 해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의 다툼과 아무 상관없는 민생?경제법안이 정쟁의 볼모가 됐다. ‘민식이법’을 비롯한 어린이교통안전법, 빅데이터산업 육성에 필수적인 ‘데이터 3법’, 사립유치원 비리를 근절하려는 ‘유치원 3법’ 등은 국회 통과의 목전에서 길을 잃었다. 지난 29일 본회의에서 처리돼야 했으나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기습과 민주당의 본회의 불참으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정쟁의 끝이 보이지 않는 국회에서 계속 표류할 경우 자동 폐기의 운명을 맞게 된다. 역대 최저 수준의 입법 실적을 보인 20대 국회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법안이 같은 처지에 놓여 있다. ‘식물국회’라는 비판을 받는 20대 국회의 법안 발의 건수는 지난 10월말 기준 2만 769건이다. 처리율은 27.9%로 역대 국회 중 가장 낮다.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 1만 4783건 중 70.6%에 달하는 1만 432건은 법안소위 심사조차 거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각종 민생 법안과 경제 관련법이 표류하는 사이 서민들은 오늘도 힘겨운 하루를 견뎌야 한다.


전북은 현재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업인 탄소소재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2년 가까이 계류돼 있다. 이 법은 지난달 20일 열린 올해 마지막 법사위 소위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과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보류돼 지역에선 정부와 여당에 대한 책임론까지 불거졌다. 국립공공의료대학 설립법도 제동이 걸렸다. 탄소소재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위해 겨우 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치,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원전인근 지역 지원 근거를 담은 ‘지방세법’ 개정안도 전북과 충북·강원·경북·전남이 개정을 요구했으나 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당리당략에 매몰된 이런 극한 대치는 더 이상 안 된다. 여야가 서로 양보할 것은 양보해 속히 국회를 정상화해야 마땅하다. 지금은 누가 누구에게 책임을 떠넘길 그런 사항은 아니다. 서로 극한 대치만 고수하다가는 여야가 공멸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하루빨리 민생·경제 법안부터 처리한 뒤 각자 입장을 재정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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