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세밑이면 어김없이 거리에 구세군 자선냄비가 등장한다.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은 1928년 서울에서 처음 시작해 올해로 91년째 이어지고 있다. 냄비에 돈을 넣는 사람들의 마음씨와 모금액의 용처를 알면 누구나 함께하고 싶을 만큼 미더운 행사다. 그러나 바쁜 도시생활에 쫓기다 보면 으레 등장하는 연말 행사려니 하고 지나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올 겨울에도 전국 곳곳에서 차가운 거리를 녹이기 위한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운동이 시작됐다.
구세군 전북지방본영은 지난 7일 전주시 오거리문화광장에서 ‘2019년 자선냄비 시종식’을 열었다. 구세군은 시종식을 시작으로 전북지역 14곳에서 오는 24일까지 자선냄비 거리모금 활동을 지속한다. 구세군은 모금액을 아동, 청소년, 노인, 장애인, 여성, 다문화가정, 긴급구호 및 위기가정, 사회적 소수자, 해외동포 등에게 지원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달 20일에는 ‘희망 2020 나눔 캠페인’ 출범식을 갖고 내년 1월31일까지 73일간 모금 활동에 들어갔다. 이번 캠페인은 ‘나눔으로 행복한 전북’이란 슬로건으로 목표 모금액은 78억 1,800만 원이다. ‘사랑의 온도탑’도 전주시 종합경기장 사거리에 설치됐다. 대한적십자사 전북지사도 1일부터 본격적인 회비모금에 들어갔다. 올해 목표액은 모두 26억 4,400만 원이다. 어려운 이웃들의 연탄 창고를 따뜻함으로 메우는 전주연탄은행도 올해 연탄 100만 장 나눔을 목표로 이웃사랑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늘 그렇듯이 12월이면 각급 사회단체를 비롯해 기관들이 나서 불우이웃들에게 김장 김치와 난방용품 전달 등 자선활동이 활발하다는 소식도 들린다. 나눔은 공동체를 살맛나게 한다. 누구나 할 것처럼 하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도 지역 사회에서는 어렵지만 남을 위해 나누는 일에 열심인 사람들이 있다. 그런 숭고한 마음이 있어 각박한 세상이 이 정도로 나마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가 침체되면서 소외된 약자들은 지금 더욱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기상 한파에 경기 한파까지 덮친 요즘 불우이웃들이 느끼는 ‘체감 한파’는 더욱 심할 것이다. 서로가 먹고살기 버거운 시절이라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기가 쉽지 않지만 작은 정성이 모이면 이웃에게 쌀이 되고 연탄이 된다. 여유가 있어야 기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액수는 중요하지 않다. 5천원, 1만 원이라도 십시일반 나누는 온정이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데울 수 있다. 작은 온정이 사회를 덥히고, 이름 없는 손길이 미래를 밝힌다. ‘빨간 냄비의 기적’을 만든 수많은 작은 손길이 있는 한 우리 사회는 춥지 않을 것이다. 나눔은 절망의 벼랑에 선 어려운 이웃을 다시 일어서게 하는 희망의 몸짓이다. 연말연시에 반짝하는 이웃사랑보다는 늘 나눔과 기부를 생각하고 실천하는 문화가 확산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