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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선처 서명운동, ‘꿩’ 아니면 ‘닭’이라도?

군산상공회의소 등 군산지역 경제계가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재판 중인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에 대한 재판부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새만금 전기차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삼성SDI를 군산에 유치하자는 게 대의명분이다. 군산 경제계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찬반양론으로 의견이 분분한 것 같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중단,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등에 따라 고용위기지역으로까지 지정된 군산의 절박한 경제 사정 상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과,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는 기업 총수에 대한 선처 탄원을 받는 것은 국민정서에 맞지 않고,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군산상공회의소는 지난 9일 ‘삼성SDI 유치를 위한 탄원 서명운동 설명회’를 개최했다. 재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선처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제안하는 자리였다. 이날 설명회에는 전북도와 군산시, 군산 지역의 14개 주요 시민·사회단체가 초청됐다.


이날 공개된 탄원서에서 군산상의는 “전기차 클러스터 완성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기차 배터리 기업인 삼성SDI의 군산 유치가 아주 절실하다”며 “이재용 부회장이 전북에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건설해 군산과 전북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선처해 달라”고 요청했다. 군산상의 한 관계자는 “군산이 전기차 생산 전진기지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 지역경제 발전을 주도하려면 삼성SDI 유치가 최상의 카드”라고 역설했다. 군산상의는 설명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 참여자치군산시민연대 관계자는 “아무리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일이라고 하나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부회장을 선처하는 서명운동을 하는 것 자체가 사회 정의와 형평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삼성은 과거 새만금에 투자하겠다고 MOU까지 체결했지만 지키지 않았던 기업”이라며 “확실한 약속 없이 탄원서를 먼저 냈다가 나중에 또 다시 이용당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송하진 도지사는 지난 6월 25일 민선 7기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을 믿지 않는다. 사실상 끝났다고 본다”며 삼성의 새만금 투자 가능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었다.


어느 쪽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대로 이윤을 좇는 기업 입장에서 탄원서 한 장에 투자 결정을 내릴 것이라 생각한다면 대단히 순진한 발상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번 탄원 서명운동이 군산지역의 절박한 경제 상황을 고려한 고육책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탄원서 제출 이후 만약 투자유치가 실패로 돌아갔을 시의 역풍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 또한 적잖이 있다. 물론 ‘꿩’을 얻지 못하면 ‘닭’이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셈법이 깔려 있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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