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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비위 교수 솜방망이 처벌

김동원 전북대 총장이 대학 징계위원회의 비위 교수 솜방망이 처벌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전북대 징계위원회는 지난달 25일 동료 강사를 성추행한 A교수에 대해 정직 3개월 징계 처분을 내렸지만 김 총장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교육부에 징계 재심의를 요청하도록 했다. 최근 잇따른 비위로 인한 부정적인 여론을 반영하고, 강력히 표명했던 재발 방지 의지를 지키기 위한 총장의 결단으로 보인다.


A교수는 지난 3월 학과 단합대회 이후 외국인 동료 여강사와 단둘이 술자리를 가진 뒤 숙소로 데려주겠다며 차에 태워 허벅지 사이를 더듬고 입을 맞추는 등 강제 추행한 혐의로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A교수에 대해 성폭력 예방 교육을 받는 조건으로 기소유예 처분했고, 학교 징계위는 A교수에게 3개월의 정직 처분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김동원 총장은 징계 양정뿐 아니라 이번 사건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며 교육부에 징계 재심의를 요청하는 절차를 밟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재심의 요청은 징계 수위가 너무 낮다고 판단될 때 이뤄진다.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에는 강제추행 등 성폭력 행위에 대해서는 해임이나 파면하도록 규정돼 있다.


전북여성단체연합과 재학생 등으로 구성된 ‘전북대 페미니스트 네트워크’도 지난 12일 대학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교수에 대한 징계위 결정은 징계가 아니라 휴가”라며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내리고 성폭력에서 안전한 학교를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A교수에 대한 엄벌을 요청하는 내용을 담은 재학생과 동문 276명의 서명부를 학교에 전달했다.


대학 사회의 윤리의식이 도마 위에 오르는 예는 수없이 많았다. 대학 내에는 다양한 권력관계가 존재하고, 그 안에서 인격말살행위도 적지 않게 발생해 왔다. 교수가 학생을, 교수가 조교를 성추행하는 사건도 빈번히 일어나는 곳이 대학이다. 이런 문제가 최근 들어 유독 많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간 불이익이 두려워 입을 닫았던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고발하면서 감춰졌던 치부가 드러났다고 보는 게 맞다. 교수들의 성범죄는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갑의 횡포’의 전형이다. 이런 범죄행위가 대학가에 고질병처럼 번진 데는 대학 당국의 책임이 크다.


문제가 불거지면 철저한 진상 조사와 재발 방지책 마련이 뒤따라야 하지만 대개는 축소 은폐하거나 가해자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침묵 또는 방기해 왔다. 심지어는 피해를 당한 구성원보다 그가 고발한 가해자의 무고를 더 걱정하는 대학의 안이한 대응도 여전하다. 교육기관이 성폭력 가해자조차 제대로 엄벌하지 못한다면 과연 지성집단이라 할 수 있겠는가. 머뭇거리다 방치하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과거 권위주의에서 비롯된 ‘악의 사슬’을 끊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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