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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지조(共命之鳥)’…극단적 분열은 공멸이다

기해년(己亥年)도 저물고 있다. 부푼 희망을 품고 새해를 맞은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끝자락에 다다랐다. 연초에 소중히 간직했던 그 꿈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를 정도로 속절없이 지나갔다. 올해도 예외 없이 다사다난했다.


매년 연말연시가 되면 각 기관이나 단체, 기업체 등에서는 ‘사자성어’를 추천해 내놓는 게 관행처럼 되어 있다. 널리 알려졌듯이 교수신문은 해마다 한 해를 마감하는 시점에서 전국 대학교수를 대상으로 지난 1년간 사회전반에 걸쳐 반향된 특징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를 뽑아 발표하고 있다.


지난 2001년부터 시작된 교수신문의 사자성어는 태반이 부정적인 어휘 일색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교수들은 올 한 해 우리 사회를 함축하는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택했다. 교수신문이 교수 10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47명(33%)이 공명지조를 뽑았다.


공명지조는 몇몇 불교경전에 등장하는 ‘하나의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상상의 새’를 이른다. 이 새의 머리 하나는 낮에, 다른 머리 하나는 밤에 각각 일어난다. 한 머리는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 먹었는데 다른 머리가 이를 질투했다. 화가 난 다른 머리가 어느 날 독이든 열매를 몰래 먹어버렸고, 결국 두 머리가 모두 죽게 됐다.


공명지조는 서로가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공멸하게 되는 운명공동체라는 뜻을 지닌 것으로, 양극 대립이 극심한 사회상을 담아낸 것으로 풀이된다. 조국 사태 등에서 목격했듯 한국의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은 올해 공명지조의 두 머리처럼 갈등과 대립으로 일관했다.


공명지조에 이어 300명(29%)의 선택을 받은 사자성어는 물고기 눈과 진주 중 진짜를 분간해낼 수 없다는 뜻의 ‘어목혼주(魚目混珠)’였다. 이밖에도 사회개혁에 대한 염원을 담아 뿌리가 많이 내리고 마디가 이리저리 서로 얽혀 있다는 뜻의 ‘반근착절(盤根錯節)’, 어려움을 알면서도 행동한다는 의미를 가진 ‘지난이행(知難而行’이 추천 받았다. 지난해는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의 ‘임중도원(任重道遠)’이 선정됐다.


이제 한해를 돌아보면서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다시 새해 새로운 희망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극단적 분열을 목격한 올해의 경험을 교훈 삼아 상생과 통합의 비전을 찾아내지 못하면 한국 사회는 결코 순항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은 공명지조는 비장하게 들린다. 모두가 새로운 나라, 바른 나라를 소망하고 있다. 정치가 바로 서면 나라가 바로 선다. 근본부터 바로 세워 국민이 신뢰할 정치 문화를 만드는 한 해가 되길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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