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도 어김없이 ‘깜깜이 선거’로 문을 열었다. 여·야 극한적 대립으로 국회의원 정수, 선거구 획정 등 총선을 위한 기본 가이드라인마저도 아직 확정되지 못한 상황에서 내년 총선 예비후보등록이 시작된 것이다. 예비후보 등록 첫날인 지난 17일 전북도내에서는 총 19명이 등록을 마쳤다. 앞으로 예비후보로 등록할 입지자들과 모두 출마가 예상되는 현역 국회의원을 포함한다면 도내 예비후보자는 40명 안팎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예비후보로 등록하면 선거사무소를 설치하고, 선거운동용 명함을 배부하거나 어깨띠 또는 표지물 착용, 본인이 직접 전화로 통화하는 방식의 지지 호소, 홍보물 발송 등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야가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관련해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해 선거구 획정이 미뤄지며 예비후보자들은 결국 깜깜이 선거운동을 하게 됐다. 여야가 의석수를 한 석이라도 더 늘리기 위한 ‘밥그릇 싸움’에 몰두하면서 총선 예비 후보자들의 시름만 커져가고 있다. 여야가 선거법을 어떻게 개정하느냐에 따라 지역 국회의원 정수가 바뀔 수도 있어 총선판도를 흔들 수도 있다. 교착상태에 빠진 정국의 상황을 볼 때 당분간 깜깜이 선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일부 지역 출마 예정자들은 자신이 출마하려는 지역구가 통폐합될 가능성을 안고 일단 예비후보자 등록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항상 선거마다 반복된 일이지만 이번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선거 룰 자체가 통째로 바뀔 수도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특히 정치신인들로서는 난감한 지경이지만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다. 그동안 자신이 활동하던 지역이 그대로 유지되기만을 바라면서 하루하루 발품을 팔 뿐이다. 나중에 선거구가 조정되거나 통째로 바뀌면 그간의 모든 노력이 말짱 허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국회가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법을 어겨 혼란을 초래한 것은 이번뿐이 아니다. 17대 총선 때는 선거를 37일, 18대는 47일, 19대는 44일, 20대는 42일을 앞두고 선거구 획정을 마쳤다. 선거구획정위는 지역구 정수 등 국회가 합의한 획정 기준을 바탕으로 획정 안을 총선 13개월 전까지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하고, 이후 국회는 선거일 1년 전까지 국회의원 지역구를 확정해야 한다. 문제는 이런 법정시한을 어겨도 제재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어쩌면 국민들이 정치에 무관심하고 외면해 온 결과가 지금의 상황을 만든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지만 매번 결과가 다르지 않은 책임이 국민들에게도 있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이같은 일들이 대체 언제까지 반복돼야 할까. 이미 20대 국회는 ‘최악의 국회’로 낙인 찍혔다. 30%라는 역대 최저의 법안 처리율이 보여주듯 여야 간 극한 대립으로 일관해 온 탓이다. 민의와는 거꾸로 가는 ‘막장 국회’를 보면서 정치권 물갈이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