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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만 없앤다고 친일 청산되는 것 아니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7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났지만 친일청산 문제는 여전히 거대한 암초에 부딪쳐 마치 수렁 속에 갇혀있다. 우리의 잘못된 역사를 뒷방에 방치해 놓은 사이 친일 잔당 세력들의 뿌리가 그만큼 공고해진 탓이다.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올해 친일잔재를 청산하자는 목소리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일본의 일방적인 경제 도발 행위까지 겹쳐 여론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전북도가 전북지역 친일파 및 친일잔재에 대한 종합 조사에 들어간다고 한다. 전주시도 친일 행적 지우기에 나섰다. 도는 내년 3월부터 ‘전라북도 친일잔재 전수조사 및 처리방안 연구용역’을 실시키로 했다. 친일 잔재를 대대적으로 파악하고 청산 처리 기준 및 방안을 마련하는 종합계획을 수립해 올바른 역사의식을 고취시키자는 취지다. 친일잔재의 부분적 사안별 접근에서 종합적인 조사와 분석을 통해 친일잔재 처리방안 강구하겠다는 것이다.


전북도는 그동안 역대 도지사 사진을 도청 홈페이지와 청사 대회의실에 전시했으나 반민족행위로 친일인명사전에 등록된 임춘성·이용택 등 2명의 전 도지사 사진을 최근 홈페이지에서 삭제하고 대회의실에 걸린 액자를 떼어냈다. 전주시도 청사 내에 내걸었던 역대 시장의 사진 액자 가운데 친일 행적이 뚜렷한 2명의 사진을 떼어냈다. 이들 역시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인물들이다.


친일잔재 청산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0.1%가 친일잔재 청산 필요성을 느끼며, 국민 10명 중 3명은 3·1운동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친일잔재 청산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프랑스는 1944년 해방이 되자마자 가장 먼저 민족반역자의 처리부터 서둘렀다. 그 일이야말로 민족정기와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할 의식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50여 년 간 그들은 일관되게 당시의 민족반역자들을 색출해 처벌했다. 그렇게 해서 처형당한 반민족행위자 수가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만 1만1,200명에 달한다. 대숙청 후 프랑스 사회가 급속도로 민주화되고 도덕성과 윤리?민주적 법질서가 잡힌 것은 나치 협력 민족반역자들을 채로 모두 걸러내듯 부역자들까지도 응징한 결과라는 평가다.


우리는 한 번도 제대로 과거를 청산한 적이 없다. 3·1운동 이후의 지난 100년이 분단과 독재, 부정부패로 점철된 것은 역사의 과오를 제대로 씻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청산하지 못한 친일 잔재는 지금까지도 우리 현대사의 질곡으로 작동하고 있다. 친일 인사의 사진을 없앤다고 해서 친일잔재가 온전히 청산되는 것은 아니다. 친일 행적자의 사진만 없앨 게 아니라 이들의 친일행위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적시해 후대에 교훈으로 남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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