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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비리 척결, 시행령만으론 부족하다

사학재단의 비리는 우리 사회의 해묵은 병폐다. 사립학교 족벌체제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사립학교에 고용세습과 채용비리로 대표되는 채용 갑질이 만연한 이유는 이사장을 정점으로 하는 독단적인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 때문이다. 고용 세습으로 대표되는 친인척 채용도 이사장 등 실권자들이 자신들의 사익을 챙기는 수단으로 사용하기 때문이고, 금품 수수 교원 채용 등 채용비리 역시 그들의 금전적 사리사욕에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현행 사학법은 상당 부분 이를 방조 내지 묵인해 왔다.


교육부가 사립학교 재단의 전횡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에 뒤늦게 칼을 빼들었다. 교육부는 사학의 족벌경영을 차단하고 회계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데 초점을 맞춘 ‘사학 혁신 추진 방안’을 최근 내놨다. 사학 법인 비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사립유치원 회계비리가 터진 뒤 사학 전체의 회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여론이 더욱 거세졌다.


이번 개혁안은 재단 임원 간 7촌 이내 친족이 있으면 그 수와 관계를 공시하고, 설립자나 설립자 가족은 개방이사를 맡을 수 없도록 했다. 비리 임원의 복귀를 막기 위해 결격사유 적용기간을 강화하고, 결격사유 임원의 당연 퇴임 조항을 신설한다. 1천만원 이상의 회계 부정을 저지른 임원은 취임 승인을 취소하고, 업무추진비 공개 대상도 현행 총장에서 이사장 및 상임이사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채용비리를 저지른 사립학교 교직원에 대한 징계심의를 교육청에서 할 수 있도록 하고, 교육공무원과 사학이 유착하는 이른바 ‘교피아’를 불식하고자 퇴직 공직자의 사립학교 취업 제한을 무보직 교원까지 확대한다.


그동안 숱하게 불거진 사학 비리의 원천을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일단 환영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사립학교재단의 비리가 근절되고 운영이 투명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사학비리는 구조적이고 반복적으로 진행돼온 사회 적폐다.


예상대로 사학재단 측에서의 반발이 거세다. 정치권에서도 공방을 벌일 태세다. 사학 개혁은 과거 노무현 정부 때 밀어붙였다가 야당인 한나라당이 강력히 반대하는 바람에 실패한 전력이 있다. 사립학교는 사학재단의 소유이지만 예산 지원을 받는 공적 교육기관이다. 건전한 사학의 자율성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세금이 투입되는 사학을 감독하는 일은 정부의 의무이자 권리다. 사학의 자율권 침해라는 주장은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됐을 때 설득력이 있다.


사학개혁은 교육부 시행령이나 시행규칙만으로 부족하다.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비리 사학 임원 처벌 및 이사회 투명성 강화를 골자로 한 사학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 사학혁신이 속도를 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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