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 낙하산으로 내려온 전직 정치인들이 내년 4·13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줄줄이 사퇴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빈자리를 꿰찬 ‘정피아(정치인+마피아)’들이 해당 공기업의 경영상황은 뒤로한 채 마치 일상처럼 다시 선거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입신양명을 위해서나 혹은 다수 의석을 확보해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나랏일 정도는 가볍게 내치는 악습이 선거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 비전문가 낙하산으로 내려왔다가 선거 때마다 떠나는 ‘철새 정피아’들 때문에 경영 공백에 따른 여파는 해당 공공기관들이 모두 떠안을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하다.
이강래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지난 23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사장은 지난 5일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으며, 내년 총선에 자신의 원래 지역구인 남원·순창·임실에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3선 의원 출신인 이 전 사장은 지난 2017년 11월 도로공사 수장으로 임명돼 낙하산 인사 논란을 야기한 뒤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정규직 직접고용 문제를 놓고 법정소송까지 치렀고, 친동생 회사에 도로공사 사업 특혜납품 의혹 논란을 일으키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앞서 이상직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지난 21일 전주시 완산구 오펠리스 웨딩홀에서 ‘이상직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완산구는 그의 출마설이 나오고 있는 곳이어서 이날 출판 기념회는 사실상 총선 출정식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는 올해 전주지역 지방의원 등에게 설날과 추석 선물 등을 전달해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고발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국민연금공단 김성주 이사장도 총선 출마를 위해 조만간 사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주시 덕진구 초선 의원 출신인 김 이사장은 내년 1월 계획 중인 출판기념회를 전후해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국민연금공단 직원들이 덕진구 한 노인정에 상품권을 기부하면서 김 이사장의 이름을 언급해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역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에 있다. 이밖에 이정환 주택금융공사 사장, 김형근 가스안전공사 사장 등도 사표를 내고 총선에 뛰어드는 등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공기업 CEO들의 줄 사퇴가 이어질 전망이다.
낙하산 인사들에게 공공기관장이나 임원 자리는 다른 자리로 건너가기 위한 교두보 내지는 여의도 입성을 위한 징검다리에 불과하다는 비판은 전혀 새로울 게 없다. 특혜를 누리다가 총선을 앞두고 사표를 내는 것만으로도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공공행정과 공기업 경영이 선거정치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파행과 부실을 야기하다 보니 공공기관장들의 각종 출마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들이 사퇴하거나 임기 만료 시 일정기간 공직선거 출마를 제한하거나 공직선거 출마를 위해 중도 사퇴할 경우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여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