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몸에 머리가 두 개인 상상 속의 새 ‘공명조(共命鳥)’는 공동운명체를 뜻하는 ‘공명지조(共命之鳥)’를 낳은 사자성어다. 올해 대학교수들이 한국 사회 현실을 반영하는데 가장 어울리는 표현으로 선택한 어휘다.
공명지조는 하나의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로 한 머리는 낮에, 다른 머리는 밤에 각각 일어나는 상상 속의 새다. 한 머리는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 먹었는데, 다른 머리가 이를 질투한 나머지 어느 날 독이든 열매를 몰래 먹어버렸다. 결국 두 마리가 모두 죽는 비극을 맞게 된다. 서로가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그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상은 목숨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상대를 공격하는 무모함과 어리석음을 보여준다.
우리사회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가 달린 ‘공명조’와 다름없는 곳이 한둘이 아니다. 여당과 야당이 그렇고 진보와 보수가 그렇다. 경찰과 검찰도 마찬가지다. 노동자와 사용자도 다를 게 없고 대기업과 중소기업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상대방이 입게 될 타격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 챙기려 든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려 진 지 8개월 만이다. 이번에 통과된 선거법 개정안은 내년 4·15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날 국회 본회의장은 삽시간에 난장판이 됐다. 선거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인간띠를 만들어 본회의장 단상을 점거했고, ‘민주주의는 죽었다’ ‘독재가 시작되었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극한의 대치 상황을 연출했다.
여야의 당리당략으로 타협과 상생의 정치문화가 완전히 실종됐고 입법부인 국회에서 광란의 굿판만 벌어졌다. 한국당은 ‘비례한국당’이란 위성정당까지 만들어 대응한다고 맞서고 있다.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더욱 깊어졌다.
지금 우리 사회는 대단히 심각한 이념의 분열 증세를 겪고 있다. 우리는 조국 사태로 갈라진 서초동과 광화문 광장에서, 협상과 타협이 실종된 국회에서, 경제?안보?교육 등 정책 논쟁의 여러 무대에서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산다는 식의 수많은 공명조를 봤다.
불교에서 공명조를 통해 전하고픈 교훈이 비극의 눈물은 아니다. 오히려 이를 극복하는 깨달음이 목적이다. ‘상리공생(相利共生)’으로 가라는 뜻이다. 극단적 분열을 목격한 올해의 경험을 교훈 삼아 상생과 통합의 비전을 찾아내지 못하면 한국 사회는 결코 순항할 수 없다. 가장 먼저 보여줘야 할 곳이 국회다. 여야는 공동운명체인 공명조나 다름없다. 여야가 공리공생 하는 공명조의 반전을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