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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천의 '우리와 경제']청년을 위한 나라


2015년 12월 04일(금) 00:00눈은 내리고 그렇게 한 해가 간다. 자연은 조용히 흐른다. 우리네 삶도 그와 같이 평안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나 현실은 나날이 전쟁이다. 이쪽과 저쪽이 원수가 되어 싸우는 아귀다툼이 곧 세상의 일상이다. 총성이 없다고 평화롭다 할 수는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싸움이 치열하다. 계층·세대 간 갈등이 심각하다. 너와 나는 외따로 흐르는 섬일 뿐이다. 소통은 사라지고 서로를 향한 무시와 적대만 가득하다. 이게 우리의 현실이다.

 

왜 젊은이들은 ‘헬조선’ ‘탈조선’을 외치는 걸까. 그만큼 현실이 절망스럽기 때문일 거다. 하지만 기성세대는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청춘들의 ‘희망이 없다’란 말에 도저히 공감하지 못한다. 자신들이 살았던 힘들던 세상에 비해 지금은 호시절이라 생각한다. 세대 간 단절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어느새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청년들의 절망적 현실과 기성세대의 공감 부족 배후엔 의외로 ‘세대전쟁’을 조장·방치하는 정치권력이 있다. 보수 집권 세력은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게 정권 유지 및 차기 정권 창출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믿는다. 결국 이들은 세대 간 갈등을 증폭시켜 네 편과 내 편을 명확히 가르는 전략을 택한다. 진보 세력 역시 선거에서의 이익을 위해 이런 세대 간 갈등 유발 정책에 입을 다물고 있다.

 

청년층과 기성세대 중 어느 쪽을 잡아야 정권 장악에 유리할까. 한국은 이미 고령화사회로 진입했다는 게 힌트다. 당연히 답은 기성세대다. 가장 최근 이뤄진 인구조사인 통계청의 ‘2010년 인구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층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11%를 차지했다. 20∼29세 청년층 인구는 전체 인구의 14% 정도로 파악됐다. 숫자로만 보면 청년층이 우세하다.

하지만 투표율을 보면 고령층이 청년층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2012년 치러진 제19대 총선에서 60세 이상 유권자의 투표율은 약 69%로 모든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반면 25∼29세 청년층의 투표율은 38% 정도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낮았다. 고령층의 투표율이 청년층의 약 1.8배에 달했다. 노인들은 이미 청년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정치권력이 누구의 손을 잡을지는 분명하다. 19대 국회에서 노인을 위한 법안이 청년을 위한 법안보다 약 4배 정도 많았다. 노인을 위한 복지 예산도 청년을 위한 일자리 예산의 5배에 달했다. 모두가 슈퍼파워인 노년층의 눈치를 살핀 덕이다. 이는 분명한 우리의 현실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성세대를 위한 정책은 전방위적이다. 집값을 올리기 위한 각종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다양한 부동산 시장 부양책은 집을 보유하고 있는 기성세대에겐 반가운 정책이지만 아직 집을 갖지 못한 청년층에겐 불편한 정책들이다. 집값과 전세 값이 오름으로써 얻는 기성세대의 이득만큼 청년 세대는 부담을 안게 된다.

 

이미 세대 간 갈등은 도를 넘어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서로를 향해 비난의 날을 세우며 이제 막 휘두르려는 참이다. 청년들은 이 땅을 지옥이라 말하고 기성세대는 그런 세대를 국가관이 없다고 비난한다.

 

마침내 청년들은 무언의 반격을 시작했다. 아이를 낳지 않고 있다. 이는 청년층의 공격이다. 급격한 고령화 속에 저출산이 더욱 심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노인들을 부양할 경제력은 물론이고 인구조차 유지되기 어렵다. 기성세대가 자신들의 노후 보장을 위해 청년들을 이용하고 정치권력은 정권 유지와 재창출을 위해 이를 조장하는 한, 한국은 자칫 치명적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청년들의 파업(저출산)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기에 한국의 복지 재원은 끝내 고갈될 것이 분명하다. 너도 죽고 나도 죽는 공멸이 불가피하다.

 

이제 세대 전쟁이 아니라 상생을 꿈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청년층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시급하다. 노인 정치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청년들에게도 그만큼 신경을 써야 한다. 서울시 청년수당제나 성남시 청년배당제에 딴죽을 걸 일이 아니다. 청년을 위한 나라로 가야 우리의 미래가 있다. 진보와 보수를 망라한 정치권력이 청년에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다.

<경제평론가 윤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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